하늘에서 진정 기뻐하는 것은

가톨릭부산 2015.11.05 07:29 조회 수 : 48

호수 2198호 2013.01.13 
글쓴이 김기영 신부 

하늘에서 진정 기뻐하는 것은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 gentium92@yahoo.co.kr

작년 여름, 교통사고로 남편과 뱃속의 아기를 잃은 한 자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하고, 교구민들의 기도를 청한 적이 있다.(2011. 7.17. 2114호 참조) 방문 날, 장시간의 면담과 성사를 통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던 자매였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았던 주변 환경은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 자매에게 많은 장애가 되었나 보다. 

그 뒤로도 자살 미수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다 연락이 뜸하다 싶어서 전화를 해보면 병원을 다녀왔다고 한다. 손목을 긋고 정신을 잃었을 텐데 어떻게 병원에 실려갔느냐고 물으니 키우던 고양이가 주인의 피를 뒤집어쓰고 울어대는 바람에 놀라서 달려온 옆집 아주머니가 구급차를 불러 실려갔단다. 또 한 번은 바다에 뛰어든 적도 있었는데, 거의 익사할 무렵 어부들에게 발견되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한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되고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반가운 소식이 왔다. 그 기쁨의 전문을 지금껏 기도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과 나누고자 한다. 

“김 신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한동안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서 방탕한 딸로 살았습니다만, 하느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김 신부님이 가르쳐 주셨던 묵주기도, 예수 성심의 기도, 성경 필사만 했을 뿐인데, 놀라운 은총이 있었습니다. 

김 신부님, 언제나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또 쓰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일어서는 법을 조금 더 가르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참으로 보이지 않는 끈질긴 줄다리기를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본당과 교구 일에 쫓겨 지내느라, 혹은 스스로의 나태함으로 기도가 많이 부족하기도 했을 법한데, 애덕 많은 형제, 자매들의 손을 통해서 부족한 기도를 메꾸어 주시고, 이렇게 죽어가던 사람을 다시 살려주시니 어찌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앞으로 교우들과 함께 바치게 될 수많은 미사, 그 안에 우리 구원의 은총이 있음을 고백하고, 늘 감사 가득히 바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루카 1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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