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초심은 감사의 마음

가톨릭부산 2015.11.05 07:18 조회 수 : 63

호수 2189호 2012.11.25 
글쓴이 김기영 신부 

신앙인의 초심은 감사의 마음

김기영(안드레아) 신부 ■일본 히로시마 선교gentium92@yahoo.co.kr

선교 사제 피정을 다녀왔다. 장소는 요코하마에 있는 한 피정 센터였다. 전국에 흩어져 살다가 1년 만에 만나는 신부님들과의 해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도 잠시, 무엇을 잃어버리기라도 했을까? 왠지 모르게 지쳐 보이는 동료 사제들의 얼굴 안에서 내 모습을 보는듯했다. 
강사는 이미 오랜 기간 일본 선교를 하고 계시는 예수회 신부님이었다. 피정 첫날, 신부님은 ‘초심’이라는 말마디로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신부님에게 있어서의 초심, 그것은 오래전 아무것도 모른 채 일본에 왔을 때 당신을 도와준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Fidei Donum’(신앙의 선물이란 뜻, 교구 사제이면서 해외로 파견된 선교 사제를 말한다)으로 살아가고 있는 누구라도 처음부터 선교사의 삶을 꿈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주님 손에 이끌려서 살다 보니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 그대로 신앙이란 선물을 전하며 살아가는 이로서 가장 합당한 마음, 그것은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리라 공감했다. 하느님을 향한 감사를 잊지 않으려고 평생 노력하고, 느낀 감사에 더욱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피정 후, 우리는 인근에 있는 한 동료 사제의 본당을 방문했다. 이날 뒤늦게 다른 교구의 새 사제 2명이 합류했다. 그리고 우연히 첫 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강론 때, 새 사제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저는 서품을 앞두고 1년간 휴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 스스로가 서품을 받기에 자격 미달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한 노인요양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거기서 노인들을 돌보며 “주님, 정말 당신께서 저를 부르셨다면 제발 저를 좀 이끌어 주십시오”라는 기도를 바치고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간호견 한 마리가 요양원을 찾아왔단다. 하지만 처음에 이 개는 간호견으로서의 자질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했다고 한다. 전혀 살갑지도 못하고,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재주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점점 노인들로부터 사랑과 귀여움을 받으면서 한 마리의 훌륭한 간호견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뒷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이 체험이 그에게 은총의 이끄심으로 다가왔고, 용기를 내어 기꺼이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다잡았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초심이란 말이 계속 내 마음을 울렸다. 그것은 주님 없이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나를 더 가까이 이끌고자 하시는 그분께 매일같이 향기 짙은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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