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3시간, 짧지 않은 3시간
김정화 수산나 / 도로시의 집 봉사자
제가 근무하는 곳은 부산 근교 농촌지역의 면 소재지에 있는 보건지소 물리치료실입니다. 이곳 보건지소에 종종 외국인 환자들이 옵니다. 농촌에 웬 외국인 환자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요즘은 산업체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도 많습니다.
제가 처음 외국인 환자를 만난 것은 약 7~8년 전 다른 보건지소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보건지소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였는데 보는 순간 영어 울렁증으로 저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가슴은 벌렁거렸습니다. 다행히 환자의 어설픈 한국어와 저의 짧은 영어 그리고 만국 공통어인 손짓, 몸짓으로 물리치료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물리치료 특성상 환자와 만나는 횟수가 많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때 필리핀 환자와 나눈 이야기는 언어 문제와 신분 문제로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일에 문을 여는 병원도 없고, 병원에 갈 때 통역이 필요하지만 한국인 관리자가 휴일에 같이 병원에 가기 어려우니 아프면 약국에서 파스를 사거나 간단한 약으로 버틴다는 말에 매우 안쓰러웠습니다.
제가 봉사 활동을 하는 ‘도로시의 집’은 매 주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국내 저소득계층이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센터에 있던 ‘도로시의 집’은 올해 2월, 초량성당에 있는 지하 교리실을 개보수하여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한 공간에 내과, 치과, 한방, 약제, 물리치료실, 접수실이 모두 있다 보니 공간도 매우 좁고, 의료 장비도 부족합니다. 장비들이 노후 되고, 고장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 진료소를 찾는 환자들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봉사자 선생님들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의 물리치료, 치과, 내과 치료가 크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일주일 뒤, 진료소에서 만난 환자들이 진료 후에 많이 아프지 않았다는 인사말과 병원보다 더 좋다고 하면서 다음 주에도 진료소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물어 올 때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뿌듯합니다.
‘도로시의 집’에서 여러 해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물질적 기부와 재능 기부, 그리고 작은 관심이라도 꾸준하게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일요일, 쉬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짧은 3시간이지만 짧지 않은 3시간을 위해 이번 주일도 제 발걸음은 ‘도로시의 집’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