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교회임을 기꺼워하며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 수필가
한의원에서 한방 치료를 받고 있는데 길 건너 중개업을 하는 고향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은 종씨의 고향 사람이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반가운 김에 30분 뒤에 만나자고 약속을 하였다. 나를 뒤따라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 중년 여인이다. 반갑다고 고향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이 일본인인데 종교가 같아서 늦결혼을 했다’며 슬며시 종교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자기 종파를 이야기하면서 종교의 미신적인 요소를 들이대는 것이었다. 자연히 나도 우리 천주교가 예수님께서 천국 열쇠를 베드로에게 주신 후 265대째 교황님으로 이어오기까지 한 뿌리의 곧은줄기를 이루고 있는 종갓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성경의 깊은 곳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집요한 그의 이야기를 두 시간 가까이 듣다가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우리 가까이에는 성경의 민감한 지식을 들이대면서 우리에게 접근하고 성경의 구절구절을 실로 꿰듯이 잡아내는 부류의 타 종파 신자들이 있다.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성경 지식에 놀랄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 가톨릭은 어떤 종파나 교리에 치우치지 않고 가장 보편적인 성경의 해석과 전통으로 우리의 신앙을 지켜가고 있으니 큰 다행이라 여긴다. 수없이 갈라진 종파가 자기의 교회 이익을 위해서 교리와 성경지식으로 무장하고 우리의 옅은 신심을 건드리니, 그들의 정신을 우리도 배워 하나의 교회임을 증거 해야겠다.
이곳 정관성당은 2009년 초 다섯 명으로 시작한 첫 미사 이후, 최근에 새성당에 이사하기까지 30평의 좁은 성전에서 350명이 미사를 보아왔다. 2011년 들어 ‘성전건립을 위한 묵주기도 백만 단과 성경 필사 봉헌’을 모토로, 교우 모두의 정성을 바치는 한편, 큰 본당을 찾아 기장 멸치를 팔아 성전을 짓는데 보태고 있다. 이 중에 꼭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한 교회다. 주교님을 중심으로 하는 천주교 부산교구의 한 교회이며 교황님을 정점으로 한 분의 예수님을 모시는 한 신앙 가족이다.’ 라고. 모두가 공감한다. 어려운 사정도 마다치 않고 도와주는 그분들의 정이 형제 이상이다. 정관에서 새벽같이 먼 길을 달려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는 우리에게 따스한 음식을 대접하는 그분들의 사랑도 크게 다가온다.
새성당 봉헌식은 남겨 두었지만 얼마 전 새성당으로 이사를 하였다. 벽돌 한 장, 성물 하나하나 도와주신 분들의 정이 넘쳐난다. 그분들과 함께 우리 모두는 한 교회의 한 형제자매들임을 감사드리며 기꺼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