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품격

가톨릭부산 2015.11.04 08:48 조회 수 : 45

호수 2172호 2012.08.05 
글쓴이 이창신 신부 

노동의 품격

이창신 이냐시오 신부 / 직장노동사목 담당

노동사목에서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가 구두를 고쳤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구두 굽을 갈기 위해서 수선점에 구두를 맡겼고 얼마 뒤 구두를 찾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구두 수선해주신 아저씨는 구두 굽만 갈아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 벗겨진 가죽도 깨끗하게 손봐주시고, 구두 속도 깔끔하게 고쳐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굽가는 가격 2천 원만 받으셨습니다. 왜 이렇게 고쳐주셨느냐고 물으니, 굽만 갈았더니 고친 표도 나지 않아서 손을 좀 봤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하면 본인 스스로 기분이 좋고 손님들도 기분이 좋아 다음에 또 찾아준다는 것입니다. 청각장애이신 아저씨는 거스름돈도 미리 준비해 두신 깨끗한 신권으로 주셨다고 합니다. 싸게 신발을 고쳐서가 아니라 아저씨의 친절과 성실히 일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이주노동자 노동상담을 할 때 가끔 그 아저씨의 마음을 떠올립니다. 한동안 1만 원을 드리고 받은 빳빳한 신권 1천 원짜리 8장을 간직하였다는 말도 했습니다. 
신앙을 가지면서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고, 또 그럴 자격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한 우리는 우리 자신의 품위와 내 이웃의 품위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교육 그리고 노동 등 다양한 인간의 분야를 좀 더 품위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기 위해서 불림 받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입니다. 돈 자체는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돈은 교환의 수단으로, 노동의 가치와 대가의 상징으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돈으로 노동의 가치가 평가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 노동과 인생이 자칫 애처로울 수도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이 사회 안에서 노동과 노동자가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도 해야하지만 한편으로 노동 자체가 주는 기쁨과 의미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노동을 통해 우리는 이웃을 만나고, 세상을 만납니다. 또 노동을 통해 이웃과 세상에 봉사합니다. 노동으로 우리는 세상에 하느님의 손길을 전합니다. 진실된 노동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이웃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노동이 가혹한 현실이기 보다 사람의 품위를 높이는 활동이 되도록 노동에 임하는 이들의 마음도 열려야할 것입니다. 성실하고 정성 어린 노동으로, 우리 자신과 노동 현실과 이 사회의 품격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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