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서, 세상과 다르게
김검회 엘리사벳 /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우리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남수단 톤즈에서 사제이자 의사로서 오랜 내전의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기쁨과 평화를 심으며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다 돌아가신 故이태석 신부님을 기억합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살기와, 연필 대신에 총을 든 소년병의 모습을 보면서 신부님은 고민합니다.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니면 학교를 먼저 세우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는 고백에서 예수님을 발견합니다. 결국, 전쟁과 폭력 속에 갇혀 지내던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았고, 마을 주민은 신부님을 통해 살아있는 하느님을 보았다고 증언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측은지심으로 세상의 질서와 잣대가 아닌 복음의 정신에 따라 세상의 문제를 바라보고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예언자들입니다.
지난 4월 18일(수) 정의평화위원회와 노동사목이 공동 주관하여 문을 연 ‘사회 교리 학교’(입문 과정)에 123명의 평신도와 수도자가 입학하여 매주 주제별 강의를 듣고 조별 나눔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학 신청이 조기에 마감되었으나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목말라 하던 형제자매들의 부드러운 압력(?)에 밀려 정원은 초과하였고, 이 분위기는 오는 6월 13일(수) 수료식을 앞둔 최근까지도 중간 등록과 청강 문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강 첫날 “강의만 들으면 안 될까예? 조별 나눔은 성당에서도 하는데예~”라며 다소 부담스러워했던 자매님의 눈빛이 언제부터인가 야행성으로 변하였고, 어떤 이는 조원들끼리 과제가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오고, 또 어떤 이는 결석한 조원을 챙깁니다. 모둠마다 자체적으로 주제를 정해 삶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하고 복음에 비추어 판단하고 작은 실천 목표들을 세워나가는 모습이 회를 거듭할수록 그 깊이를 더해 갑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참 아름답고 힘이 넘쳐 보입니다. 매주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강의실을 보면서 ‘우리 가운데 이미 와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잘 만들어 가기 위한 실천이라 생각하니 이후의 과정을 준비하는 데 있어 더 큰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상 속에서 복음적 삶을 살아내는 것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유혹하는 안락한 삶을 추구하기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용기가 필요한 사랑의 삶, 세상 속의 교회 하지만 세상과는 다르게 자~ 우리 함께 살아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