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61호 2012.05.20 
글쓴이 김기영 신부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기까지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예비자 교리반을 시작한 지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다. 8명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제는 5명이 남았다. 지금까지 잘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맘때쯤, 예비자들은 더욱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와 부딪히게 된다. 그것은 자신 안의 두려움이다. 가족들이 모두 불교나 신도(神道)인 경우, 혼자 영세를 받았을 때 일어날 주위의 반대, 직장에서 늘어난 업무량으로 더는 교리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호소, 성당을 오기 위해서 먼 거리를 달려와야 하는 부담감 등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단순히 시간적인 문제라면 통신 교리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두려움 앞에 애써 지펴온 신앙의 불꽃이 꺼진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믿음이 뿌리내리지 못한 그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하나의 큰 시련이고 도전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강의를 빨리 마치고 함께 묵주기도를 바친다. 여러분이 이 성당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걸어온 것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었음을 알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의 손을 먼저 놓지 않는 이상 주님께서 우리 손을 먼저 놓으시는 일이 결코 없음을 느껴보라고 말이다. 마치 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 옆에서 그들도 모르게 곁에서 함께 걷고 계셨던 부활의 주님을 느껴보라고 말이다. 
더불어, 본당 교우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예비자들이 이 시련을 잘 견뎌내고, 믿음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이다. 사실 신앙 공동체가 예비자들을 키워가는 것은 어머니가 자식을 태 안에 넣고 키우는 것과 같다. 여인이 아기를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에 있어서 아기를 의식하게 되는 것처럼, 공동체 안에 새롭고 건강한 영적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교우들의 아낌없는 영적, 물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란 그리도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이번 교리반에는 교리를 배운지 45년도 넘는 짝 교우 자매가 한 분 있다. 공부를 다시 하고자 만학의 열정에 참 열심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간 혼인성사를 공부하면서 자신이 혼인 조당에 걸려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 나이에 힘든 밭일을 하면서 미사 참례하는 것을 큰 위안으로 생각했는데 성사생활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으니 오죽 기겁을 했겠는가. 이제 와서 뭔 혼인식이냐며 한사코 거절하는 돌부처 같은 남편을 간신히 설득해서 관면혼배를 했다. 신앙을 가지기부터 지키고, 키워가는 과정을 돌보면서 “예수는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음에 더 없는 가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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