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부활

가톨릭부산 2015.11.04 17:16 조회 수 : 21

호수 2155호 2012.04.08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매일매일 부활

탁은수 베드로

저는 교리를 잘 모릅니다. 초등학교 때 첫영성체 교리 이후론 교리 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미사 때 강론을 듣거나 가톨릭 잡지를 대충 읽는 게 전부입니다. 부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심을 기념하는 축일 정도로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면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는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순 기간에는 단식과 금육을 지킵니다. 술자리도 피하고 나름 절제된 생활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 부활 대축일이 지나면 별로 달라질 것 없는 방탕한 일상이 늘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부활을 준비하면서는 “회복”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부활은 “회개를 통한 회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원래의 상태를 벗어난 일이 많아 회복할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생각나는 게 피로 회복입니다. 현대인은 늘 피로합니다. 욕망은 점점 커지고 성공을 위한 노력은 필요 이상의 경쟁을 부추깁니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는 자유보다 더 많이 거두고 욕심부리는 자유를 선택하면서 현대인은 몸과 마음의 피로를 달고 삽니다. 이런 피로부터 회복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느님이 사랑으로 내어주신 인간의 존엄성도 회복돼야 합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서열을 만들고 강요와 통제로 사람의 가치를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강물을 막고 바위를 깨뜨리는 인간의 욕심 대신 하느님 내신 자연의 질서도 회복돼야 합니다. 원래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은 또 있습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제자리를 찾는다면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일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교리는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 부활은 하느님의 사랑을 회복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일에 빠져 멀어졌던 하느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욕심과 미움으로 얼룩졌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사랑과 신뢰로 회복하는 것이 부활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예수님처럼 제 나름의 십자가를 마다치 않고 져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미 고통의 십자가와 영광스런 부활은 떨어져 있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성당에서의 일과 일상에서의 일이 별개가 아님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하느님의 품속에서 이뤄지는 일임을 깨닫는다면 ‘오늘’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세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부활은 2천 년 전 사건이 아닙니다. 세상에 발 딛고 사는 나약한 인간이 예수님의 십자가로 만든 다리를 건너 주님의 품속으로 돌아오는 매일매일이 기쁜 부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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