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희망의 계절

가톨릭부산 2015.11.04 17:13 조회 수 : 34

호수 2150호 2012.03.04 
글쓴이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기쁨과 희망의 계절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 수필가

3월이다. 작년 겨울도 길고 추위가 매섭더니, 이번 겨울도 늦게 추위를 몰고 왔다. 그러나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새봄을 가져왔다. 기쁨의 새봄이다. 움츠렸던 만물이 생동하는, 그래서 가뜩이나 힘든 살림살이에, 난방비도 줄어들 것이고 제대로 거처를 못 가진 노숙자들도 이제 어깨를 펼 때가 다가온 것이다. 우리가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낸 것은 새봄이 올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 때문이었다. 
사순 첫 주를 보내면서, 기쁨으로 맞을 부활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다지고 극기와 희생으로 보속하고 있다. 희망을 향해서, 이기(利己)를 버리고 인간적 욕망을 절제하면서 더 큰 기쁨을 향하고 있다. 지난겨울이 매섭도록 추웠기에 이제 우리 곁에 오는 봄은 더욱 생광스러운 것처럼!
그런데 나의 모습을 살펴보니 좀 문제점이 많다. 언제부턴가 ‘하느님’, ‘예수님’이란 말이 나오면 상황에 따라서 반사적으로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비치는 때가 있다. 성가를 부르다가도 이러한 현상이 가끔 일어난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정서가 고양(高揚)된다. 이럴 때면 마음이 순화되고 순간적으로 행복에 잠기기도 한다. 내가 가진 신앙에 감사하고 자부심이 생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그리 잦지 않고 오래가지 않는다. 일상에 휩쓸리면 나의 고약한 버릇과 이기심과 욕심이 발동하여 죄 속에 산다. 참 한심한 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인간적 약점과 죄 때문에 갈등하는 나에게, 이 말씀이 나를 위로해 준다. “하느님께서는 악의 유혹을 받으실 분도 아니시고, 또 아무도 유혹하지 않으십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야고 1, 12∼14 참조)
내가 겪는 시련이 ‘하느님이 주시는 시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욕심과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나쁜 것을 건네지 않듯이, 하느님은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이런 말씀을 직접 듣고 읽어 깨닫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뚜막의 소금일 뿐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쁨으로 맞이하도록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가끔 쓰고 있는 성경 필사에 좀 더 열성을 가지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는 신부님의 강론을 자주 듣기 위해 매일 미사에 참석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렇게 기도해 본다.
‘하느님! 믿음의 기쁨을 더해주시고 영생의 확실한 희망을 주시어 죽음의 두려움을 걷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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