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어라

가톨릭부산 2015.11.04 07:59 조회 수 : 31

호수 2135호 2011.11.27 
글쓴이 박주미 막달레나 

깨어 있어라

박주미 막달레나/노동사목 부소장

‘깨어 있어라’는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가 좀 더 평화롭고 평등하며, 따뜻함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 일에 무디지 않고 세심하게 지켜보노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일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억울한 사람, 힘없는 사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괴로움의 고통으로 끝내 목숨을 마감하는 아픈 세상이다. 그야말로 ‘함께 사는 사회’라면 일어나서는 안 될 불행한 일들이 날마다 생겨나고 있다. ‘깨어 있지’ 못한 삶의 태도,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생겨나는 안타까운 일들이다.

지난 9월,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셨던 이소선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 전태일 노동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마흔이 넘어 큰아들 전태일이 이 땅의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세상에 외쳤던 ‘노동자도 인간이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고 했던 그 말을,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으로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떠나간 아들과 약속을 했다. “아무 걱정 마라.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기어코 너의 뜻을 이룰게…”라고 하시며 그 이후 온갖 유혹이 따라다녔지만 단호히 뿌리치고 핍박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여생을 보냈다. 돌아가실 때까지 순간을 놓치지 않으시고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노동자의 어머니 ‘고(故)이소선’ 여사. 그분이 진정 ‘항상 깨어 있으신 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천 리 길을 마다치 않으시고 전국 곳곳의 어렵고 힘든 노동자들을 만났다. 어깨를 도닥거려 주시고 팔을 힘껏 붙잡아주기도 하시고, 지난날 이야기를 하며 왜 당신이 노동자들과 함께 애환을 나누게 되었는지도 다 풀어놓았다. 당신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내일을 기약하고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신 삶이었다. 노동자들이 방심하지 말고 현장에서 깨어 있어야 함을 강조하셨다. 깨어 있어야 노동자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 불의에 휩싸이지 말고, 불의와 타협하지 말기를 일깨워 주셨다. 
깨어 있어야 세상의 참모습을 볼 수 있고 참된 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올 한해, 깨어 있기는커녕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를 나의 삶의 태도를 깊이 성찰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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