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미사를 아세요?

가톨릭부산 2015.11.04 07:48 조회 수 : 43

호수 2131호 2011.10.30 
글쓴이 김현철 알렉스 

거리미사를 아세요?

김현철 알렉스 / 노동사목 봉사자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영도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는 몇몇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정리해고자들과 그 가족들, 동료노동자들, 천주교신자, 일반인들이 모여 미사를 드리고 있다. 한진 중공업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고 지혜를 모으고 있다. 

처음 이 미사에 참례하던 날 난 미사 도중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오는 내내 길은 막혀 고생은 했지, 미사에는 늦었지, 길바닥에 앉아있으려니 엉덩이는 차갑지, 매캐한 자동차 매연과 일반인들이 뿜어내는 담배냄새까지. 불편한 마음은 더해만 갔다. 

불편한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는 중 문득 반대편을 보니 공룡 같은 크레인 위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헉, 저렇게 높은 곳에서, 1평 남짓한 저 곳에서 1월부터 지금까지 농성을 해왔단 말이야? 고공농성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런 곳일 줄이야. 식사는 어떻게 하지? 대·소변은? 춥지는 않을까? 전기는 들어올까? 추석 때 가족들은 봤을까? 얼마나 불편할까?”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이런 생각들이 가라앉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미사가 길거리미사인줄 알고 오지 않았던가?, 저분들의 고통에 조금이나마 동참하려는 마음에서 오지 않았던가? 1시간 남짓의 불편도 참아내지 못하고 불평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부끄러웠다. 반성하고 다시 마음을 모아 미사에 집중을 했었다. 

길거리미사에서는 매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또 왔습니다.”라는 인사로 크레인에 계시는 분들을 우리 미사에 초대하고 미사가 끝나면, 마음은 아프지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또 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며 다시 차갑고 딱딱한 크레인으로 보내드린다. 
이제 점점 날씨도 추워지고 이분들의 건강도 걱정이 된다. 농성을 하고 계신 분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참여, 정치권의 협조로 노사 양측이 국회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사태가 빨리 해결될 것 같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 사태가 해결되면 길거리가 아닌 따뜻한 공간에서 감사의 미사를 드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음식도 나누어 먹고, 그간 서로의 노력에 감사하며 기쁨의 인사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미사가 끝나면 매번 해온 것처럼 또 오겠습니다가 아니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인사하고 싶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76호 2025. 6. 29  주님 사랑 글 잔치 김임순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