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37호 2019.0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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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환 신부 |
어떻게 지내?
김수환 은수자바오로 신부 / 로마 유학
“어떻게 지내?” 어느 날 같이 공부하는 폴란드 친구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래”라고 대답해버렸습니다. 일 년 전, 이탈리아라는 낯선 환경에 도착하여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대학교에 입학하여 지내는 이 삶의 어려움이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 친구와 이곳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익숙지 않은 언어를 배우는 것이 힘들어서 하루하루가 쉽지 않고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언어, 그거 하나 때문에 그런 거야?”
제가 지금 있는 로마는 전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매일 학교에 가기 위해 걷다 보면,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 등 로마에서 참으로 유명한 곳을 지나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러한 장소들이 신기했지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 그냥 동네 광장 정도로만 여깁니다. 매일 만나는 모든 풍경들이, 한국과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제 자신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나는 이곳에서의 삶이 익숙하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적응되지는 않았구나!”
‘익숙함’은 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에 느꼈던 놀라움이 없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반면 ‘적응’은 살고 있는 환경과 조건에 맞추어 생활방식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아직 이곳에서의 생활이 적응되지 않았음을 폴란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 체험은 외국 생활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것이 아닐겁니다. 오히려 우리 신앙인들 모두가 이런 ‘익숙함’과 ‘적응’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주일미사를 참석하고 전례주년에 맞추어 신앙생활 하는 것이 익숙하긴 하지만, 신앙이 주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면 주님을 향한 신앙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돌아보고 싶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는 익숙한 사순시기를 함께 보내면서 그분의 수난과 삶의 방식에 우리는 얼마나 적응하고 있나요? 분명한 것은 우리의 모든 삶이 그분께 적응될 때 우리는 그분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과의 익숙함을 넘어서 그분께 완전히 적응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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