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37호 2019.0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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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두진 신부 |
고백과 파견
김두진 신부
요즘 우리 사회에 ‘혐오’라는 감정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너스바움(Nussbaum, M.)이라는 법학자는 인간성을 오염시킨 이에 대한 분노와 그로 인해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혐오라는 감정으로 표출된다고 말합니다. 이 혐오라는 감정은, 오염되고 무시된 나의 완전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정·불특정 대상에게 폭력적인 언사와 배척 행위 등의 위해(危害)를 가하는 게 정당하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런 혐오 감정을 표출하면서, 우리의 ‘인간다움’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두 손에 돌을 움켜쥐고 혐오 감정을 표출하는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우리를 만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우리의 인간다움은 죄스럽고 부족함이 많은 인간다움입니다. 각자의 노력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은총으로 채워져서 가득해질 수 있는 부족함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인간다움’은 오염되지 않고 오염될 수 없는 완전함이 아닙니다. 우리가 고백해야 하는 ‘인간다움’은, 많은 실수와 죄를 통해 다른 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나아가 주님께도 상처와 아픔을 주는 부족함입니다. 혐오 감정을 표출하는 이도 혐오의 대상자도, 모두 부족한 인간으로서의 우리들입니다.
사순 제5주일을 보내는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며 주님을 만납니다. 이 고백은 우리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고백을 전제로 합니다. 우리는 이 신앙 고백에 이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손에 든 돌을 내려놓고, 그 손을 내밀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야 합니다. 돌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죄는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완전해질 수 있다는 자만입니다. 부족한 서로를 돌보지 않는 무관심이며, 부족한 서로를 향한 비난입니다. 우리를 부족한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예수님께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라고 우리를 파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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