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아버지

가톨릭부산 2015.11.04 02:35 조회 수 : 107

호수 2353호 2015.11.08 
글쓴이 전영주 바오로 

못난 아버지

 

전영주 바오로 / 교구평협 교육전례부장 libys@hanmail.net

 

  우리 집 작은아들은 중학생이다. 학교에서 이른바‘문제아’로 불릴 정도로 방황의 시간이 길었다. 늘 착하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들이 어떻게‘문제아’가 되었을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야단만 쳤던 못난 아버지가 바로 나였다.


  시험이나 그 어떤 자격증도 없이 그냥 자연스레 입게 된 아버지라는 옷.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경제적인 어려움만 없으면 우리 가정에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춘기 아들의 방황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어긋나기만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별다른 해결책 없이 지켜보는 나의 마음은 늘 고통스러웠다. 아마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부지불식간 나의 마음속에도 깊이 스며 있었나 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가진 생각을 바꿈으로써 기적 같은 변화를 체험하게 되었다. 아들의 시각으로 생각을 바꾸고 대화를 나누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우리 가정을 위해 바치는 기도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2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노력으로 나와 아들 사이에 놓인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결과, 최근 아들 학교에서 우리 부자(父子) 관계가 문제 자녀와의 관계를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극복한 모범사례로 선정될 만큼 달라졌다. 못난 아버지인 내가 바뀜으로써 가능한 변화였다.


  이렇게 부끄러운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는 까닭은, 자식의 문제는 결국 아버지인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아버지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동안 내 아이를 명문대에 진학시키고,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아이의 인성교육과 신앙교육을 소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어린 시절, 주일마다 부모님과 함께한 미사참례와 주일학교 등을 통해 알게 모르게 신앙의 뿌리가 싹트게 되었고, 하느님 안에서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과 성가정의 행복을 얻게 되었음에도 그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정작 내 아이들에게는 학교와 학원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성당과 멀어지게 만들어 버렸음을 깨달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성가정 안에서 참 신앙을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부모 됨의 시작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큰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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