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27호 2011.10.02 
글쓴이 이창신 신부 

어느 알바 노동자의 권리 찾기

이창신 이냐시오 신부

얼마 전 서울 고용노동부 강남지청 앞에서 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이 3개월 간 일하고 받지 못한 주휴수당을 달라며 회사의 대표를 노동부에 고소하면서 기자회견을 가진 적이 있다. 주휴 수당은 주 6일을 근무하면 지급해야 하는 쉬는 날 하루치의 임금이다. 고용노동부는 수도권 및 5개 광역시 소재 7대 커피전문점에 대해 주휴수당 체임과 관련한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긴급 점검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인 청년유니온은 지난 7∼8월 두달 간 전국 주요 커피 전문 브랜드 7개점, 전국 251개 매장을 표본 조사한 결과 전체 주휴수당 예상체불 임금은 197억원이었다. 
노동자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가? 빨간 깃발과 모여든 사람들, 질서를 무시하는 집회, 고함소리, 그보다 더 큰 마이크 소리. 회사 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열성적으로 조합 활동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우리는 편하게 노동자라는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동자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와 가깝고, 친숙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노동자는 생산도구를 소유하지 않고 취업해 일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회사든 아니든, 노동조합 활동을 하든 하지 않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더불어 잠시라도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노동자이다. 직장을 다니는 가장들, 용역 업체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노동자라 할 수 있다.
내가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자연적으로 받아들일 명언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마땅한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자신의 일이 세상을 위해서나,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하고 감사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고, 검증되는 말이다. 교회는 ‘노동은 신성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더 그럴듯한 일만 찾고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보수를 받으려고만 하고, 적은 임금의 직업군을 무시한다면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올바른 직업윤리를 가졌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한 커피전문점 알바생의 행동이 당돌하기보다는 성숙한 노동자의 자기 권리 찾기로 예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아가 신앙인 노동자로, 신앙인인 사업주로 제대로 노동을 바라보며 자기 역할이 무엇이고 얼마나 충실한가를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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