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와 자살

가톨릭부산 2015.11.04 01:48 조회 수 : 25

호수 2125호 2011.09.18 
글쓴이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순교와 자살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젊은이들의 정정당당한 경기를 통해 아름다운 축제로 끝났다. 자신의 경기 종목에 따라 잘 다져진 몸매와 높게·멀리·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보면서, 창조주께서 주신 귀한 몸을 가장 잘 다듬어, 자신의 달란트를 값지게 쓰는 자랑스러운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선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선수였다. 종아리뼈가 없어 보철 의족을 하고, 육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400m 예선을 통과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1,600m 계주에서는 첫 주자로 나서서 팀을 결승으로 이끄는 놀라운 모습도 보였다. 그는 “나는 인생에 축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지금 내 위치에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축복이라 하고, 도와준 분들께 감사하였다. “큰 사랑은 감사하지만 장애인 아닌 그냥 육상선수로 봐 달라”는 말에서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과 어깨를 겨루는 그의 당찬 의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좌절과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연을 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많은 인기를 누리던 유명 인물이나 지식인, 지도자들도 목숨을 스스로 끊어 현실과 고통과 책임에서 도피하여, 극단적인 생명 경시의 분위기를 야기하고,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시키니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죽을 용기로 이 어려운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다면, 아니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좀 헤아려서 시간을 두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의지를 길러간다면 극복할 수 없을까? 이 장애인 선수가 자기를 극복하는 용기와 끈기, 감사하는 마음을 모두의 가슴에 새겨야겠다.

우리의 순교 성인들은 깊은 신앙으로 하느님을 따랐기에, 모진 박해를 받고 가난과 궁핍한 삶을 살면서도 좌절과 절망에 빠지지 않았고, 선참후계(先斬後啓)의 시퍼런 칼날 앞에서 웃으며 순교하시었으니, 그들의 의지와 신념에 머리가 숙여진다. 그분들은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였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도 소중히 생각하시고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착하게 살다가 복된 죽음(善終)을 하신 것이다. 

순교자 성월이 다하기 전에 순교 성인들의 행적을 찾아보고 읽으면서, 무디어진 나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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