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16호 2011.07.31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피로회복제는 성당에 있습니다.

탁은수 베드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귀에 익숙한 유명 피로회복제의 광고 문구가 논란이다. 최근 허용된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가 원인이다. 약사들이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에 강력히 반대하자 제약사들이 슈퍼마켓에 의약품 납품을 꺼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자 정부가 제약사들에 대한 압력 행사에 나섰고 마침내 보건복지부 장관이 피로회복제는 약국에만 있다는 광고는 틀린 광고라며 바꾸지 않으면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약을 사는 편의와 약을 파는 전문성 중에 무엇이 우선인가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정부와 약사회의 갈등에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것 같다. 서민들은 피로회복제 하나 사는데도 마음이 불편하다.

방학을 맞은 성당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하다. 여름 신앙학교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지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며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세상은 줄 수 없는 하느님 만나는 즐거움에 연방 터지는 아이들의 까르륵 웃음소리가 참으로 기분 좋다. 여기에다 아르바이트나 취업 준비의 바쁜 시간을 뒤로하고 제 속 끓여가며 아이들이 주님과 어울리도록 최선을 다하는 주일학교 교사들의 헌신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또 성당의 궂은 일은 도맡아하면서도 여름 수련회를 준비하며 젊음의 열정을 하느님께 쏟아내고 있는 청년회 회원들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세상의 청년들이 주일학교 교사나 청년회 회원만 같아도 공동체의 미래는 걱정 없을 것 같다. 모두 여름 성당의 기분 좋은 풍경이다. 

성당에 그렇게 많은 단체가 있는 지 최근에야 알았다. 각종 단체의 봉사자들은 바쁜 세상일에 성당의 일까지 떠맡아 솔선수범이다. 이분들의 노고로 성당은 건물이 아니라 공동체가 된다. 나 같은 불량 신자는 공동체의 봉사자들 덕택에 편하게 하느님 만날 수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신자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수도자들이야 말 할 것도 없다. 세상이 준 욕심과 지친 마음이 신부님, 수녀님 앞에서는 왠지 작아지는 느낌이다. 성당 앞마당에서 언제나 밝은 미소로 나를 맞아주시는 성모 마리아. 십자가에 매달린 고통 속에서도 항상 내 걱정부터 해주시는 예수님. 세상 살면서 상처받고 때론 버림받기도 하지만 성당에는 언제나 날 반겨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날 돌아보게 하는 은총이 가득하다.

더위에 지치고 힘든 여름, 번잡한 피서지를 찾는 사람도 많지만 잠시 짬을 내어 성당을 둘러보거나 성전에 가만히 앉아 있어보면 금방 알게 된다. “진짜 피로회복제는 성당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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