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성호경

가톨릭부산 2015.11.04 01:38 조회 수 : 157

호수 2115호 2011.07.24 
글쓴이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연아의 성호경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 수필가

얼굴 가득 활짝 웃음을 띠고 유창한 영어로, “10년 전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나는 서울의 아이스링크 위에서 올림픽 드림을 꿈꾸는 작은 소녀였습니다.”로 시작된 김연아의 발표는 놀라움과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아 이번에는 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결정되고 나서 금메달을 땄을 때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나 때문에 망쳤다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을 했습니다.” 연아의 말은 승리를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말해준다. 환영식에는 심한 몸살로 참석조차 못했으니 말이다.
작년 2월 2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김연아의 연기는 정말 우리 국민을 감동으로 몰아넣고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나는 그 장면을 몇 번을 보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경기를 하러 들어갈 때 성호경을 바치는 것을 보고는 놀라고 흐뭇하고 기뻤다. 정말 신자 된 기쁨이 용솟음 쳤다. 연아가 기쁨에 벅차 눈물을 닦을 때, 그 아름다운 소녀의 오른손에 반짝이던 묵주 반지도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3년 전 5월, 스텔라라는 세례명을 받은 연아는 온 세계가 숨죽이며 바라보는 그 순간, 엄청난 부담의 무게를 성호경을 바치며 극복했던 것이다. 그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 그 의연한 자세에 나의 무디고 미약한 신앙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계신기록을 확인한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던 연아의 입술이 어찌 그리 아름다웠던가. 10년, 20년, 30년이 된 신자인 나도 직장 동료들 앞에서 성호 하나 긋는 것도 어려웠는데….
연아가 어머니와 함께 7살 때부터 드나들던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조성연 원장이 자신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리반을 개설하고, 이에 영향을 받아 이들 모녀가 입교를 했으니, 조원장은 자신의 일터에서 훌륭한 복음의 삶을 살면서, 평신도가 해야 할 사도직 수행의 모범을 보여준 것이다. 
같은 날 안나라는 세례명을 받은 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는 “연아가 열심히 노력하지만 인간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안되는 게 있어, 부족한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싶어 입교를 결심했다”고 했다. 
신앙의 힘이 이 두 모녀에게 그동안의 고통을 이겨내는 정신적 지주였다. 7살부터 시작한 스케이팅, 엉덩방아는 얼마나 많이 찧었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은 어땠을까? 그러나 스케이트장에서 연아는 의젓했고 당당했고 자신에 넘쳐 있었다. 
이번 평창 유치의 일선에 서서 당당하게 역할을 완수한 김연아의 인내와 책임감에 사랑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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