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05호 2011.05.15 
글쓴이 김광돈 요셉 

사람의 노동과 쉼을 존중하는 삶


김광돈 요셉 / 전 노동사목 실무자

7개월 전, 가족과 의령으로 귀농하여 살고 있다. 농사를 업으로 좀 더 자유롭고 소박한 삶을 살고 싶어 계획한 귀농이지만 평일에는 일자리센터 기간제 노동자로, 주말에는 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의 나는 귀농자이면서 노동자다. 그래서 도시 농부라는 말이 어울린다. 농사만으로 살기에는 아직 배움도, 기반도 없는 상황이라 두 가지 노동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농부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니 주말의 농사는 고단하지만 행복감을 준다. 가끔 시간에 쫓기거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을 때는 왜 귀농했을까 자문도 하지만 억지로 하는 노동이 아니니 주말이 기다려지고, 주된 업이 농사인 농부가 되는 날을 꿈꾼다.

밭갈이, 농작물 심기, 수확하기, 땔감나무 하기 등 먹을거리부터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을 구입하지 않고 자급하기 위해서는 몸을 직접 움직여야 가능하다. 몸의 고단함 없이는 자립적인 편안함을 누릴 수 없기에 도시 생활에 익숙한 나의 몸이 몸살을 겪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혼자보다는 둘 이상 어울려서 할 때 훨씬 편안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일과 마을사람들로부터 다시 느끼고 있다. 

밭(600평)에 다양한 작물을 가꾸고 있는데 손이 참 많이 간다. 마을 어르신들은 그 어떤 농사도 돈 되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늘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 가족과 농작물을 보살펴 주신다.

이곳 생활은 고립, 스트레스, 경쟁과 같은 말들과는 거리가 멀다. 가족, 사람들과 더불어 보내는 시간이 많고, 의지와 물질의 욕심이 덜하고,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적인 것을 찾게 되니 더 평화롭다. 

노동을 통해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벌이는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기업형 농사가 아니면 돈 되는 농사가 없다지만 나름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떤 노동도 늘 재미있고 행복할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한 농사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몸과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쉼은 주어져야 한다. 때로는 스스로 조절하거나 찾아야 한다. 게다가 혼자 일을 할 때면 양적으로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지만 쫓기듯이 일을 할 때면 몸이 개운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농사를 통해서 노동을, 노동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고 있다. 노동 후의 쉼은 기쁘고 감사하다. 그리고 노동을 통한 사람의 진화와 성숙을 떠 올리며 더불어 살 것을 고백한 신앙의 삶을 다시 배운다. 사람의 노동과 쉼을 존중하는 삶이 복음적인 삶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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