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소 안에 부활의 향기가

가톨릭부산 2015.11.04 10:28 조회 수 : 32

호수 2102호 2011.04.24 
글쓴이 김기영 신부 

내 미소 안에 부활의 향기가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츄브로(일본 지방 가톨릭 고교생 대회)”를 다녀왔다. 올해로 45회를 맞이하는 츄브로는 매년 일본 교회 안에서 유일하게 고교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3박 4일짜리 전통 있는 대회다. 교구 사제들 중에도 “츄브로 출신”이 제법 있을 정도로 성소 발굴의 텃밭이기도 하다. 준비는 히로시마, 야마구치, 오카야마 3개 지구에서 교대로 전례, 레크레이션, 진행을 담당한다. 올해는 야마구치현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고등학교에서 있었다. 

성인의 도우심이 있었는지 올해는 8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모였다. 가뜩이나 젊은이들을 만나기 힘든 교회 안에서 그들과 맘껏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시간인지 모른다. 막 입학한 신입생, 한참 물이 오른 2학년생, 대학 수험의 줄다리기를 마친 졸업반 학생도 있었다. 또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내년을 다짐하는 재수생, 바로 직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대찬 친구도 있었다. 

츄브로가 좋은 건 그렇다. 신자건 비신자이건, 성적이 좋건 나쁘건, 외모가 좋건 그렇지 않건, 집이 잘 살건 못 살 건 간에 이 모든 인간적인 조건들을 떠나서 모두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츄브로이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졸업식이다. 학교에서처럼 금빛 찬란한 졸업장은 아니지만, 같은 그룹 조원들의 사랑과 격려의 메시지가 빽빽이 쓰여진 스케치북 졸업장이 주어지고, 졸업생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나눔을 한다. 

한 친구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여기 오기까지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이른바 ‘왕따’라고 불리우는 학원 폭력에 시달리다 온 것이다. 등교 거부를 한 적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했을 때 치유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같은 조 동료들로부터의 치유였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의견을 이야기 할 때, 어느 순간 스스로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마음의 병을 가볍게 해 준 것이다. 이후,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제는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친구가 보이면 먼저 다가간다고 한다.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한다. “여러분, 세계 공용어가 무엇인지 아세요?” 난데없는 물음에 나는 ‘영어, 스페인어?’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꿰뚫어라도 보았는지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도 내일도 세계 공용어는 영어가 아니라, 누군가를 향해 활짝 웃는 여러분의 미소입니다!” 

지금 우리는 부활을 맞이한다. 그 부활은 다름 아닌 우리가 누군가를 향해 조건 없이 활짝 웃음 지을 때, 그 향기도 함께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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