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자다

가톨릭부산 2015.11.04 10:26 조회 수 : 56

호수 2100호 2011.04.10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나는 신자다

탁은수 베드로 

나훈아가 부른 ‘무시로’가 그렇게 슬픈 노래인 줄 처음 알았다. “이별보다 더 아픈 게 외로움인데, 무시로 외로울 때 그때 울어요.”모 공중파 방송사에서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가수들을 불러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시간 남는 사람들이나 보는 것처럼 여겼는데 가수들이 스스로를 ‘나는 가수다’라고 칭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귀가 솔깃했다. 이들이 부른 노래를 친구가 녹음을 해줘서 운전할 때 듣고 다니며 흥얼거린다. “너에게로 또 다시 돌아오기까지가 왜 이리 힘들었을까”하는 가사에는 잠시 냉담했던 과거가 떠오르고,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나 온통 그대 생각뿐이야”하는 가사를 들으면 ‘주님께서 내가 착한 자녀로 돌아오길 사랑으로 기다려 주실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흘러간 노래에 중년의 감성이 흔들린 건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한 가수들의 노력 때문인 것 같다. 난 가톨릭 신자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가끔씩은 가톨릭 신자로 살기가 쉽지 않다. 재미있는 주말 약속은 자주 교중미사 시간과 겹쳐서 생기고 금요일에는 고기 집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유독 많다. 반칙을 서슴지 않고 잇속 차리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고, 세상의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한데 양심이 있으니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미워서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여럿인데 성당에 가면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하니 쉽게 손을 내밀 용기가 없을 때는 마음이 무겁다.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은 분노,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 내 입장만 생각한 집착의 관성에서 얼마나 가톨릭 신자의 본분을 지키며 살고 있는지, 난 반성할 게 많다.

이제 부활이 2주 앞이다. 사순을 시작하며 다짐한 회개와 절제, 희생의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시간이다. 사순 시기는 주님이 심어 준 사랑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메마른 마음을 밭갈이하는 시기라고 했다. 영원한 생명을 주러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도록 마음에 화해와 믿음의 물길을 내고 기쁨과 사랑이 흐르도록 마음바닥을 단단히 다져야한다. 사순의 고통이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과 넘치는 기쁨의 약속임을 알기에 하느님의 자녀는 절제와 희생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농부가 힘든 새벽일을 마다않듯 기쁜 마음으로 구원의 싹을 정성껏 가꾸어야한다. 사랑과 기쁨이 차고 넘치는 곳에서 주님을 뵙고 환한 미소로 인사 나누기를 기원하면서 남은 사순 기간 자랑스러운 명패 하나씩을 마음에 새기고, 최선을 다해 그 본분을 지켰으면 좋겠다. ‘나는 신자다. 가톨릭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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