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뜻 실천하리라

가톨릭부산 2015.11.03 06:57 조회 수 : 31

호수 2095호 2011.03.06 
글쓴이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주님 뜻 실천하리라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이스라엘의 임금님은 복되시어라.”(요한 12, 13) 성지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그토록 열렬히 환영하던 군중들은, “없애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요한 19, 15)라는 배반의 주먹을 치켜듭니다. 사제는 이제 그 성지가지를 태운 재를,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 19) 또는, “회심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 15)라는 말씀과 함께 우리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으며 얹어 줍니다.

변덕스런 우리의 배덕(背德)으로 인해 예수님을 죽음으로 이끈 우리에게 회심과 정화, 참회와 절제의 상징인 재를 바르는 재의 수요일을 맞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주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에 이르는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해마다 이 예절을 바치면서도 매번 얼었던 땅에 새 봄의 화사한 승리가 찾아오듯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경건하게 이 시기를 맞습니다.

지난 겨울 부산도 어느 해 보다 추위가 매섭고 길었으며, 입춘이 한참을 지난 뒤에도 폭설에 눈보라가 쳐 온 도시가 교통마비로 혼란스러웠던 날이 있었습니다. 이곳 신도시 정관에도 좌광천을 중심으로 수목과 언덕, 잔디밭에 발목이 빠질 듯이 눈이 쌓였는데, 다음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아침 하늘, 찬연히 떠오르는 태양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하얀 눈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고통 뒤에 큰 기쁨이 오듯 고난의 사순시기를 지나 예수님의 부활이 찾아온다는 것은 오묘한 자연의 이치처럼 확연하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다가올 사순시기를 준비하며 나의 죄를 생각해 봅니다. 가벼운 말과 거만한 태도로 이웃과 가족 그리고 동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주님을 능멸한 나의 야비한 생각과 말과 행위들을 깊이 반성합니다. 가정의 성화에 소홀했던 나날들, 하느님의 복음을 소홀히 여기고 전하지 않았던 나태함, 수많은 불행을 보고도 지나친 무심함, ‘세상의 누룩이 되라. 빛이 되라’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초개처럼 여기고 내 마음의 위안만을 찾아 적당히 오고간 ‘주님의 날’들, 생각하면 헤아릴 수 없는 나의 죄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현존하시는 주님께서는 오늘도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제물로 내어놓으시고 우리의 잘못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계십니다. 정말 나의 이기와 몰상식에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참회하면서 사순의 참 의미를 새기고, 가르쳐주신 단식과 욕망의 절제로써 회개와 보속을 삼으며, 이웃을 살펴보고 교회를 생각하며 주님께 다가가는 하루하루가 되도록 저를 봉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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