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비틀즈를요?

가톨릭부산 2015.11.03 06:56 조회 수 : 45

호수 2094호 2011.02.27 
글쓴이 김기영 신부 

성당에서 비틀즈를요?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성당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여름 멜로디 악단’이라고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4, 50대 통기타 청년(?)밴드였다. 몇 달 전부터, 요란하게 홍보 포스터를 붙였던 덕분인지 이날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왔다. 

그 옛날,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라디오를 통해 들어 보았음직한 비틀즈의 통기타 소리와 팝송, 동요가 성전 안을 가득 메웠다. 한 시대를 공유하면서도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들의 목소리는 점점 짙은 향기가 되어 퍼져갔다. 무대는 어느새 뜨겁게 달아올랐고, 너도나도 생각나는 노래 가사를 한 소절씩 따라 부르면서 하나가 되어갔다. 

휴식 시간,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성당에 한 번 나와보시라고 꾀여도 안 나오던 외짝 교우들의 남편, 부인들도 함께 와서 어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흐뭇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교회로 불러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실, 콘서트를 열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사목회를 마치고 교우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그 날은 좀 마시게 되었다. 택시를 부르게 되었는데, 때마침 기사님이 가톨릭교회의 순교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벌써 여러 권의 책을 읽었을 만큼 이야기 할 거리도 풍부했다. 특히, 본당 회장님의 하라(原)성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감탄이 절정에 달했다. 느낌이 왔다. ‘주님, 이 사람, 잘만 하면 머리에 물 부을 수 있겠는데요!’ 

얼마 후, 회장님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우연히 역 앞 맥주집에 갔다가 콘서트를 하고 있는 기사님을 보았다는 것이다. 보통 실력이 아니더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 알고 보니 5년 전부터 아마추어 통기타 그룹을 결성해서 1년에 두 세번 정도는 꼭 콘서트를 연다는 것이었다.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이 기사님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술을 마시고 다시 택시를 불러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연결점을 찾던 중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주님께서 해결해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곧 교우들에게 성당 콘서트를 제안 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렇게 그 기사님과의 인연은 다시 이어졌고, 콘서트가 열리게 된 것이었다. 이후, 기사님은 주일 미사 때 가족들을 데리고 왔고, 놀랍게도 지금은 평일 미사 오르간 반주도 가끔씩 도와주신다. 교리 공부를 하려고 하니 3교대로 쉬는지라 시간을 정하기가 쉽지가 않단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이끌어 주실 분이 계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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