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바보들의 삶
박주미
일상에서 생기는 어떤 일이 전혀 뜻밖의 결과를 초래 할 때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 아주 만족스럽게, 때로는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는데 그때의 후회막심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슴을 치고 억울해 하여도 이미 엎어진 물이라 돌이킬 수없게 된다.
내가 손해 본 것은 다른 사람에게 득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기쁜 맘으로 받아들이기란 어렵다. 올해는 남의 기쁨이 나의 기쁨도 되는 넉넉한 삶이 되기를 바라며 진정 존경하는 바보들의 삶을 묵상해 본다.
40여 년 전, ‘고 전태일 열사’가 청계천 평화시장 다락방 공장 여공들의 비참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소모임, 근로기준법을 학습하고 나눔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갔던 그 소모임을 ‘바보회’라고 이름을 붙였다. ‘바보회’, 배운 것 없고 남들에게 줄 것도 없는 노동자 스스로를 ‘바보’라고 하면서 자신들 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였던 ‘바보회’.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힘없고 소외된 이들의 권리와 인권을 지켜달라고 외치며 세상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 주었던 ‘바보회’의 리더가 ‘전태일 열사’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별칭도 ‘바보 노무현’이었다. 지역 감정의 골이 깊은 정치권에서 당선 가능한 국회의원 지역 출마를 포기하고 지역 감정 해소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득이 없을 지역에 나가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바보 노무현’이라 했다. 자신의 명예보다 국민들이 화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하였다. 개인의 정치적 결과만 본다면 그 어렵고 힘든 지역을 왜 선택 하였을까?
‘고 김수환’ 추기경은 스스로 그린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적어놓으셨다. 추기경은 “내가 잘 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 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 받길 바라는게 바보지, 어이쿠… 그러니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라고 하시며 스스로 ‘바보야’ 라고 하셨다. 세상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위치에 섰으면서도 노년에 이르러 스스로를 ‘바보’라 칭한 추기경의 솔직함이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였다.
이 세분 모두 스스로 또는 타인들이 ‘바보’라고 하였으나, 진정 그분들의 삶은 살아있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성찰하게 하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