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인간

가톨릭부산 2015.11.03 06:52 조회 수 : 29

호수 2088호 2011.01.23 
글쓴이 김욱래 아우구스티노 

전쟁과 인간

김 욱 래 아우구스티노

‘짐승보다 못한 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욕을 할 자격이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인간들이 역사 속에서 정당화시켜 온 전쟁의 영속성 때문이다.

인간은 짐승의 야수성을 경멸한다. 그러나 인간은 야수보다 더한 자신의 죄를 동물에게 전가함으로써 인간 스스로가 저지른 잔혹한 행위에 대한 일종의 면책 장치를 고안해 냈다. 오히려 인간의 가장 끔찍한 적대자는 바로 인간 자체이지 않을까? 

연평도 사건 이후 영화관의 관객처럼 바라보던 전쟁이 이제 한반도에서 실제 가능한 것으로 경험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까지도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러나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으로서건, 흔들리는 북한 체제의 흡수 통합을 위해서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구축을 위해서건 간에 전쟁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시민들은 전쟁을 바라지도 않고 일으킬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 전쟁은 특정 집단의 지배자나 지배계층에 의해 발생해왔다. 그들은 승리하면 모든 것을 가지고 패배하면 극단적으로 가진 것을 포기하면 된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승리와 패배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것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무력한 존재들이다. 시민들에게 ‘평화를 위한 전쟁’, ‘명분 있는 전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전쟁은 시민들에 대한 폭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폭력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전쟁에서 시민들에게 아군과 적군은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는 더 이상 전쟁으로 시민을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평화’와 ‘시민의 안전’을 명분으로 전쟁을 준비하고 군비를 증강시키는 국가는 ‘전쟁을 준비하는 사회’가 된다. 군비의 증강은 당연히 사회복지의 축소를 가져오고, 복지의 주 수혜자인 장애인, 어린이, 서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이로 인해 더욱 가난해질 수 밖에 없다. 

주님께서는 마음이 따뜻하고 온유한 것, 가난한 것, 사람을 동정하고 위로하는 것, 자비를 베푸는 것, 어려움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옳은 일을 하는 것,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을 복이라 하셨다. 부디 주님이 가르쳐주신 복을 바로 실천하는 한 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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