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자세로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2009년 처음 문을 연 정관성당은 다섯 명의 신자들로 첫 미사를 봉헌했다. 내가 간 것은 2월 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처음 찾아간 주일은 전 신자 15명이 피정을 가서 텅 비어 있었다. 아직 사목회도 구성되기 전이었지만 전 신자가 힘을 모아 손 본 지 오래된 3,000여 평을 가꾸고 정돈하곤 했다. 매주 신자들이 불어나고, 온돌방에 앉아서 올리는 미사는 어느 시골 공소의 골방 미사와 같다고 느꼈다. 첫 봄에는 텃밭과 언덕바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쑥을 젊은이들은 캐고 어르신들은 다듬어 장의자를 보내준 성당에 쑥떡 한 말을 해서 보내기도 했다. 얼마 뒤부터 매주 주일 미사를 마치면 다 같이 식사를 나누었다. 미사가 끝나기가 바쁘게 흩어지는 타 본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모든 신자들이 한 솥의 밥을 나누는 그야말로 한식구가 되었고 금새 가족같이 되었다. 첫 부활 성야미사는 이웃 길천, 기장, 교리, 송정 성당의 신자들과 함께 너른 잔디밭에서 야외 미사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면서 모두가 한집안 같이 흥겨워했다. ‘아! 이것이 바로 초대교회의 나눔의 모습이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났었다.
이제 세 번째 해를 맞는다. 어느 사이에 미사에 참례 하는 숫자가 300명을 넘어선 지금도 매주 식사 나눔은 계속되고 있다. 정관 신도시의 인구가 불어나면서 신자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아파트들이 완성되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도심에 마련해 둔 300평 성전 터에 4월경부터 시작 할 성전 건립에 모든 신자들의 마음이 들떠 있다.
우리들은 이곳 예림리의 성전에서 거룩한 미사와 뜻있는 행사를 갖게 된 것을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좁은 공간이지만 신부님의 강론 말씀은 명확하게 가슴을 울리고, 정성을 다하는 성가대원들이 있고 많은 자매님들의 수고로 따뜻한 식사를 나누며 새 성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직은 작은 공동체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본당에 대한 애정이 큰가보다.
올해의 사목지침이 “감동적인 전례구현의 해” 인데 이것이 우리 공동체에는 아주 적절한 주제 같이 다가온다. 천정은 낮고 공간은 좁아 복도에까지 걸상을 놓고 불편한 미사를 보지만, 간혹 다녀가는 신자들은 미사가 너무 경건하고 가족적이라며 부러워한다.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지진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 이상의 기쁨으로 감사하고 서로가 존경하고 신뢰하며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니 하느님 마음에 드시리라 믿는다.
우리가 주고 받는 시간들 속에 하느님이 현존해 계심을 느낀다. 그것은 나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심어놓은 고구마 순을 깡그리 먹어치운 고라니 한 쌍이 미사 중에 가끔 밭둑을 지나다닌다. 하느님이 주신 자연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느끼면서 우리는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수필가 su3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