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누구세요?” “크리스마스 안내 드리러 왔습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옆동네 가톨릭 성당에서 왔습니다~”
해마다 성탄절을 앞두고, 교우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어서 성당 주변 50여 가구를 방문한다. 동글동글 눈사람 모양, 덥수룩한 수염을 한 산타 모양, 알록달록 별사탕을 넣은 트리 모양의 쿠키 등 보기만 해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감칠맛 나는 모양의 쿠키다. 아침 미사로 심신을 정갈히 하고, 사랑 가득한 예수님 마음으로 반죽을 하고, 빚고 구웠으니 영락없는 ‘그리스도의 쿠키’였다. 거기에 방긋한 미소와 함께 성탄 미사의 안내장도 잊지 않고 건넨다.
사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성당 반경 300미터 안에 신자 가정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랐다. 모두가 15∼20분은 차를 타고 와야 될 만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믿기 힘들지만 40년 넘게 한 동네에 살고 있으면서 성당이 옆에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던 할아버지도 있었다. 그래서 우선은 지역 주민들에게 가톨릭 교회의 존재감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하게 되었다. “왕이 곧 오시리라”는 대림절 성가를 힘차게 부르고 성당 문을 나선지 1시간 남짓, 동서남북 4개 그룹으로 흩어졌던 팀들이 하나씩 돌아온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발갛게 달아오른 스토브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고맙게도 먼저 도착한 팀이 준비한 뜨거운 커피를 마셔가면서 오늘 방문의 체험을 나눈다. “작년에 갔던 집에 또 들렀는데, 제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애들이 많은 집이 있어서 쿠키를 한 봉지 더 건네주고 왔어요”, “올해는 모두가 받아주어서 참 다행이었어요.” 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 집은 가톨릭이 아니라서요’라면서 거절하는 곳도 있었어요”, “이거 파는 거 아니냐며 굳이 사양하는 집도 있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등의 나눔도 있었다.
올해는 작년에 영세한 중학생의 엄마가 함께 참가했다. 물론 본인은 신자도 아니고, 그저 아들래미가 다니는 성당에 무언가 보탬이 되고 싶어서 온 것이다. 그런데, 처음 방문한 집에서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해 마음이 많이 아팠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혹시, 오늘 제가 방문했던 집이 모두 기쁘게 받아주었다면 저에게 아무런 자극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체험을 통해서 아들이 걷고자 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주님 공현을 맞으면서, 지난 대림절 동안 얼마나 주님 오시는 길을 곧게 해드렸는지 돌아보게 된다. 왠지 이 젊은 엄마의 고백이 예수님의 호통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