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히로시마 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선교 사목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50여 개의 본당과 단체에서 130여 명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한 자리에 모였다. 꼭 한 번은 모두를 웃기고 마는 미수에(三末)주교님의 활기찬 인사말과 함께 대회가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교구 내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기쁨이 함께 하는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공동-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회의 분위기는「쿨」했다. 원탁의 기사들처럼,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 교회의 아픈 점, 고쳐야 될 점과 앞으로 더욱 성장시켜 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 신자 분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를 통한 공동입니다!”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인가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랬다. 신앙인의 모든 움직임은 <기도-배움-활동>의 순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신앙생활 잘 해보려는 마음에 성경도 배우고, 봉사활동도 하지만, 각 공동체 안에서 그 힘이 집중되지 못하고, 나의 기쁨이 너의 기쁨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 순서가 지켜지지 않거나,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맨 먼저 기도를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성경, 신학적인 지식을 배운다 한들, 9시 뉴스 헤드라인에 나올만한 대단한 봉사를 했다고 한들 의미가 있을 리 만무했다. 왜냐하면, 믿음을 점점 잃어가는 이 시대에 그리스도를 뚜렷이 증거해야 하는 “기도하는 신앙인”의 모습이 그 속에 담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너와 내가 기도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서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이야기였다.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아무리 우리 눈에 성공리에 끝난 행사일지라도 하느님의 눈에는 그 와중에 잃어버린 형제, 자매 하나가 더 크게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교회는 공장이나 회사가 아니다. 즉, 정해진 기간까지 물건을 찍어내고, 납품기일을 맞춰야 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고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신앙 공동체가 존재하는 진짜배기 이유일 것이다. 전체 발표 시간, 놀랍게도 다른 그룹에서도 “우리는 그리스도로 돌아가야 합니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일치로 이끄시는 성령을 진하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