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되세요

가톨릭부산 2015.11.03 09:47 조회 수 : 163

호수 2078호 2010.11.28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훈남’되세요 

중부 지방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 물은 기온에 따라 눈이 되기도 하고 얼음이 되기도 한다. 언 순간을 본 사람은 얼음이라 하고 얼지 않은 순간을 본 사람은 물이라고 한다. 상황에 따라 눈이나 얼음으로 형태가 바뀔 순 있어도 그것의 본질은 물이다. 얼음은 부딪히면 깨지지만 물은 만나면 합해진다. 서로를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흐르는 물은 바위를 뚫을 정도로 힘이 세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사랑은 물처럼 흘러야 한다"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차도남’ 이란 게 있다. 차가운 도시의 남자의 준말이다. 냉정하고 도도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는 데 요즘 그런 사람이 인기란다. 무한 경쟁이 반복되는 도시의 생활에서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마음, 남을 위하는 부드러운 심성과는 거리가 있는 말인 것 같아 아쉽다. 대신 주변을 훈훈하게 밝혀준다는 뜻의 ‘훈남’이란 말이 훨씬 듣기 좋다. 얼음이 물이 되려면 온기가 있어야 하듯 ‘차도남’이 ‘훈남’이 되려면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한다. 

오늘부터 대림이다. 대림은 기다림의 시기이다. 기다림은 희망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대림은 희망을 만들어 가는 시기다. 공포와 두려움에 떨며 밤을 새어서는 희망의 새벽을 맞을 
수 없다. 또 먹고 마시는 세상의 일에 발목이 잡혀서는 기다림의 희망이 없다. 이기심과 욕심으로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은 흘러넘치는 사랑을 느낄 수 없다. 얼음이 녹아야 물이 되어 흐르듯 죄, 미움, 상처로 얼어붙은 마음을 회개와 용서, 화해로 녹여내야 희망이 생기고 사랑이 물처럼 흐른다 . 

얼음이 녹으려면 온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음 속 온기를 지펴내는 일이 대림을 준비하는 시작이어야 한다. 힘든 세상 살아내느라 잠시 잃어버렸던 아이 같은 마음을, 이기심에 묻혔던 공동체의 정신을, 잘난 척 하느라 숨겨왔던 겸손을 찾아내 사랑의 불을 밝힐 장작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녹여낸 희망의 마음으로 한 눈 팔지 말고 주님을 만나러 가야한다. 토끼가 나무에 부딪히길 바라며 그루터기를 떠나지 않는 ‘수주대토(守柱待兎)’의 어리석음을 기다림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멀리서 오는 애인을 설레는 마음으로 마중 가 듯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오롯한 희망과 사랑으로 주님을 영접해야 기다림의 성과가 있다. 대림절이 지나 아기 예수를 뵐 때 성당에 ‘훈남’,‘훈녀’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estak@busanmbc.co.kr 부산MBC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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