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33호 2019.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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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선정 헬레나 |
슈거(sugar)라는 팝송을 아십니까.
박선정 헬레나 / 남천성당·인문학당 달리 소장
얼마 전(2월 27일) 방한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마룬5(Marron 5)’라는 7인조 밴드의 대표곡에는 ‘슈거(sugar)’라는 유명한 팝송이 있습니다.
이 노래는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내 삶은 너무도 어둡고 칙칙했다’는 얘기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쓰디쓴 에스프레소 한 잔이 한 스푼의 설탕을 만난 것처럼, 내 힘겨운 인생에서 달콤한 당신을 만난 것이지요.(‘에스프레소에는 설탕이 안 어울려’라는 말씀은 잠시 접어 두시길) 그렇게 마룬5는 그 누군가에게 “나에게로 와서 내 삶에 설탕을 넣어 주세요.”라고 노래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연애를 하는 젊은이들의 노래만은 아닙니다. 애당초 우리 몸은 당분, 즉 설탕 없이는 에너지를 만들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늘 당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늘 힘이 없는 것이, 우리가 늘 우울한 것이, 우리가 늘 외로운 것이,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저혈당이기 때문은 아닐지요. 우리 몸이 설탕을 필요로 하듯, 우리 마음은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게 아닐지요.
나아가서 내가 무언가를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은 타자 역시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내가 먼저 누군가의 설탕이 되어주는 건 어떨까요. 누군가의 거친 차 한 잔에 한 스푼의 부드러운 설탕이 들어가면서 “딱 이 맛이야!”가 되어 주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설탕은 차 속에서든, 입 안에서든, 그 스스로를 완전히 버리고 녹아야만 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고서는 달콤함을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예수님 역시 우리의 설탕이 아닐까요. 세상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은 십자가 위의 저 예수님 말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 주일, 모두가 서로에게 뾰족한 가시가 되어가는 요즘 세상에서, 나부터 누군가의 설탕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너와 내가 서로의 설탕이 되어 세상이 좀 더 달콤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마룬5의 ‘슈거’를 틀어 놓고선, 한 스푼 가득 설탕을 넣은 커피 한잔 드시면서 ‘설탕철학’에 빠져 보시면 어떨지요. “슈거? 예스, 플리즈...” (설탕 드릴까요? 네,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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