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 보물은
김기영(안드레아)신부
우리 성당에는 큰 보물이 있다. 다름 아닌 미사 중 ‘평화의 인사’다. 필리핀 형제, 자매들이 기타를 치며 평화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동안, 신자들은 서로를 찾아다니며 “평화를 빕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정성어린 악수로 인사를 나눈다. 올해로 95세가 되신 하라츠카(原塚) 왕할아버지도 증손자뻘 되는 젊은이에게 다가가 주름 잡힌 손을 건네시는 모습은 참으로 마음 흐뭇해지는 진풍경이다.
6년 전, 떠듬떠듬 식은땀을 흘려가며 미사 경문을 읽던 외국인 신부나, 쥐라도 죽었는지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로 성가를 읊어대던 내국인 신자들이나, 심지어 옆 사람 얼굴 한 번 쳐다보지 않은 채 휙 하고 끝나버리는 평화의 인사는 그야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인 미사 분위기였다. 미사가,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잘 차려주신 밥상이라면, 그간의 전례 분위기는 밥투정, 반찬투정으로 젓가락이나 깔짝대는 모습에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삭막했던 미사 분위기를 떠올려 볼 때, 지금의 파릇파릇한 분위기는 매주 우리 공동체 안에 일어나는 기적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평화의 인사'에 시간을 투자하고, 공을 들이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복음 실천의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하고,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성체를 모시기 바로 직전! 딱 이 순간만큼은 세상 걱정, 집안 걱정, 인간 관계 등 모든 근심, 걱정들을 다 내려놓고, ‘지금 주님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계신가?’ 이것만 생각하자는 것이다. 상대가 누가 되었건, 내 옆의 형제, 자매들을 향해 힘겹더라도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고, 따스한 눈과 마음으로 복을 빌어주는 것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그때야 비로소, 오시는 예수님께서도 내 마음의 운동장 안에서 신나게 뛰어노실 수 있지 않겠는가! 성령의 열매를 가득 맺어주시지 않겠는가!
'평화의 인사'는 틀에 박힌 인사치레가 아니라, 번제물이 아닌 형제들과의 화해와 친교를 봉헌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시간이다. 더불어 애써 미사에 처음 참례한 사람에게도 평화의 원천이신 그리스도를 전하는 둘도 없는 선교의 기회가 된다. 언젠가 미션스쿨을 방문했을 때, 소학교 1학년 꼬마들의 입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와 뜻을 먼저 구하면 세상의 것들은 모두 주어지리라”는 노래로 환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먼저 행할 때, 놀라운 방법으로 나와 공동체의 고민들을 해결해 주신다. 혹시라도, 지난 1주일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복음살이를 게을리 했고, 털레털레 빈손으로 이 미사에 왔다면, 지금 해 보시길 바란다. 평화의 주님께서 천국 평화의 맛보기를 꼭 보여주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