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호르몬

가톨릭부산 2015.11.02 16:43 조회 수 : 33

호수 2071호 2010.10.10 
글쓴이 최충언 플라치도 

사랑 호르몬

최충언(노동사목 자원활동가)

사랑 호르몬을 아시나요? 뇌 신경 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바로 그것입니다. 행복감과 만족감 같은 쾌감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호감을 느낄 때 분비되지요. 반대로 도파민이 부족하면 결단력이 떨어지고, 몸이 무기력해지며, 극단적인 경우 파킨슨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술, 담배, 마약, 본드, 초콜릿이 쾌감을 주는 이유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센터 6층에 자리 잡은 ‘도로시의 집’ 무료 진료소 활동을 하면서 이주노동자들과 지내며 가슴 뭉클한 일도 많았지만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를 출산하면서 뇌사 상태에 빠져 고향인 필리핀 세부까지 비행기를 타고 동행했지만 곧 사망한 미리암씨가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개업을 접고 다시 일하게 된 '알로이시오 기념 병원'에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환자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의료보험 카드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 달 전에 입원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부시홍(38)씨는 척수 손상을 입어 하반신 완전 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용접공으로 김해에서 일하다가 순천으로 파견 근무를 가게 되었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공장 부근 단독 주택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추락 사고를 당했지요. 다행이 목숨은 건졌지만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대변과 소변을 가리는 육체적 고통이 오히려 가벼워 보일 정도입니다.

참 난감하고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원만히 해결이 되고 고향에서 기다리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지요. 산재 재심 청구도 기각이 되었습니다. 아는 기자에게 연락을 해 억울한 사연을 기사화하기도 하고, 제 블로그를 통해 사연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어느 분이 쾌유를 바란다는 위로의 엽서와 함께 부시홍씨에게 전해 달라며 우편환으로 이십 만원을 보내왔습니다. 참 살만한 세상이로구나! 순간, 사랑 호르몬의 분비가 많이 되었나 봅니다. 행복감을 듬뿍 느꼈기 때문이지요.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주는 기쁨을 알지 못하는 법이지요.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이웃에게 머뭇거리지 않고 선뜻 나누어 주는 사랑의 실천이 우편환을 보면서 떠올랐습니다. 사랑도 배우고 익혀야 나눔의 기쁨을 알 수 있나 봅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요한1서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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