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의 힘

가톨릭부산 2015.11.02 16:42 조회 수 : 71

호수 2070호 2010.10.03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초코파이의 힘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기자 estak@busanmbc.co.kr

부산경찰청 1층에는 작은 성당이 있다. 성당 맞은편에는 불교경당도 있다. 그리고 성당과 경당보다 훨씬 큰 개신교 예배당이 있다. 경찰청 출입기자 시절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동료기자가 열을 내며 문제제기를 했다. "성당이나 경당이 예배당 보다 작은 건 종교차별 아냐? 탁기자는 천주교 신자인 것 같으니 같이 따지러 갑시다. “ ”개신교 믿는 의경들이 많겠지요, 뭐“ 이렇게 웃어 넘겼지만 나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군대 있을 때는 개신교 예배당 빌려서 미사를 참례했던 기억이 난다. 단출한 미사 시간, 낡은 성가 책에 비해 개신교 예배는 합창단도 있었고 콜라와 초코파이를 앞세운 간식 물량도 대단했다. 주변에서는 개신교의 적극적인 선교 열의를 극성맞다면서 가톨릭은 점잖은 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배고픈 훈련병 시절 개신교 동료들이 들고 온 콜라와 초코파이는 내심 부러웠다. 그때 그 시절 군대에서의 초코파이는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는 여자들이 싫어한다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여군도 많고 여자축구는 세계무대에서 잇따라 낭보를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군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아껴야한 귀한 자원들이다. 피 끓는 청춘의 시기를 온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아들, 딸들이다.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다. 명령에 복종해야하고 인내를 통해 자신을 단련해야하는 곳이다. 집 떠나 낯설고 외로운 곳에서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 그들의 노고와 마음을 달래줄 위로와 격려가 절실하다. 

오늘은 '군인 주일'이다. 군종교구는 해마다 3만 명이 넘는 영세자를 배출하고 있고 군 복음화율 25%라는 대단한 목표도 세우고 있다. 사실, 이 가운데는 초코파이나 햄버거의 힘이 작용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제대 후에 신앙생활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오지의 성당과 공소를 몇 군데씩 오가며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군종신부님들의 헌신과 자원봉사자들의 열성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임을 부인 할 수 없다. 군 사목을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한다. 할 일 많은 요즘 청년들에게 하느님의 기쁜 말씀을 전하기에 군대만큼 좋은 곳도 없기 때문이다. 호기심이나 간식에 끌려 성당을 찾는 병사들도 있겠지만 한 번 맛본 하느님의 사랑에 결국은 마음을 열게 될 것이다. 초코파이에서 시작된 하느님과의 만남이 장차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열렬한 신앙으로 연결될 지도 모를 일이니 군 사목에 대한 관심은 교회의 미래를 넓히는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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