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조심 하세요

가톨릭부산 2015.11.02 15:58 조회 수 : 90

호수 2053호 2010.06.13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뒤통수 조심 하세요 

탁은수 베드로(부산MBC 기자) / estak@busanmbc.co.kr 

얼마 전 교통사고를 냈다. 운전대만 잡으면 급해지는 데다 딴 생각까지 했던 모양이다. 난 뒷머리를 부딪쳤다. 마치 누군가가 뒤통수를 힘껏 내리친 느낌이었다. 사고 순간에 이런 소리를 들었다. “정신 차려! 베드로.” 신비한 체험이었다. 더욱 신기한 건 사고의 흥분 속에서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 머리를 채우고 있던 쓸데없는 고민들, 해답 없는 번민들, 미련, 잡념, 등등이 속 시원히 쓸려나간 기분이었다. 차는 많이 부서졌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남들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인줄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느꼈다. 사고 순간 “정신 차려!” 하는 소리를.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바쁘고 바쁘게만 살아온 나의 일상을 반성했다. 신비한 체험에 마음이 놀란 그날은 성령 강림 대축일이었다.

우리의 일상은 항상 불안하다. 수많은 위험과 위협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한 순간의 잘못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돈의 가치만 커진 세상은 온갖 유혹으로 가득하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도 상처받기 일쑤다. 돈이든 사람이든 내 것 아닌 것 욕심내다가 마음 둘 곳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또 세상의 변화는 어지러울 정도로 빨라서 잠시 한 눈 팔았다가는 따라잡기 힘들 때가 많다. 마음의 중심을 잡지 않는다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나락으로 떠내려 갈 수도 있다. 때론 태산을 옮기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의지와 용기로 세상에 맞서기도 하지만 실상은 제 머리카락 하나도 제 뜻대로 못하는 게 사람이다. 창조주의 보살핌과 영적인 무기가 없다면 험한 세상과 싸워 백전백패할 지도 모르는 미약한 존재이다. 

사고 후 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자리가 얼마나 고마운 곳인지 새삼 느껴졌다. 우선 가족. 나를 믿고 배려하며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가족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첫 번째 제자리다. 그리고 가족이 살아 갈 수단을 제공하고 나의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는 직장도 최선을 다 해야 할 자리다. 때론 제자리의 일상을 지루해하고 불만 속에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존재의 근거지를 벗어난 사람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위험하고 불안한 세상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첫 번째 원칙은 제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그리고 불만을 앞세우기보다 내 자리를 허락하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일이다. 조심하시라. 혹시 남의 것을 탐내거나 쓸데없는 일탈을 꿈꾸는 분들. 하느님이 정신 차리라고 뒤통수 한 대 후려 치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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