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36호 2010.02.14 
글쓴이 하창식 프란치스코 

비행기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걸까?

하창식 프란치스코 / 수필가 / csha@pnu.edu 

설날이다. 민족 대이동의 시기이다. 귀성 차량의 장시간 정체로 말미암은 고생,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짜증도 난다. 그럴 때면 부모님과 조상들을 그리며 달려가는 내 이웃들의 착한 사랑만 가슴에 담았으면 한다. 차창밖에 펼쳐진 자연과 고향 산하의 아름다움만 바라보자. 그 아름다움과 효심들 속에 하느님이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해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가덕도 앞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아, 그랬겠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이 섬들을 빚고 저 바닷길을 내시었겠구나. 손수 빚으신 그 아름다움을 보시고, “참 좋구나.” 하시던 그 말씀이 들리는 것 같았다. 문득 ‘이 비행기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걸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떠올랐다. 

중세 가톨릭 교회에서는 지동설을 주창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단죄하였다. 하지만 1,000년이 지난 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교회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신앙에 얽매여 과학기술적 발견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종교적 진리까지도 무리하게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드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과학적 진리에 대한 맹목적인 호기심의 갑옷을 입은 채 과학 기술 만능주의에 젖어있는 일부 과학기술자들의 자세는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치병 치료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집착하는 과학자들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교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배아일 때부터 인간의 생명이 비롯됨은 상식이다. 

중세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부터 근세의 라이트 형제를 거쳐, 오늘날의 우주 비행에 이르기까지, 새처럼 날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비행기와 우주선을 만들었다. 비행기는 분명 인간의 창조물이다. 하지만 비행기 창밖에 펼쳐진 자연,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찬미의 노래를 부르도록 우리를 이끄는 것은 하느님의 목소리이다. 새로운 사물을 창조하고 자연의 진리를 하나씩 밝혀가는 과학 기술. 그런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허락하신 것은 하느님이시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들 부처님 손바닥, 아니 하느님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과학 기술자들의 창조적 사업은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물론이고, 정부가 서두르는 4대강 사업 추진 소식이 들려오는 요즈음,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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