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성지 순례

가톨릭부산 2015.11.02 15:30 조회 수 : 47

호수 2023호 2009.11.29 
글쓴이 하창식 프란치스코 

순례의 길을 따라 나선다. 부산교회사연구소와 부산 평협이 함께 하는 시복시성을 위한 도보 성지순례의 길이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수영 장대골에서 출발해서 오륜대 순교자 기념관까지의 순례길이다. 이번에 로마 교황청에 보내진 125위 청원자에 포함된 이 정식 요한과 양 재현 마르티노 순교자는 물론이고, 김 범우 토마스 순교자를 비롯하여 앞으로 계속될 우리 교구 신앙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의 길이다. 

3시간의 도보 순례, 결코 가벼운 산책 코스는 아니다. 첫 도보 순례 때가 기억난다. 순교자 기념관에 도착하여 마무리 미사를 드릴 때 발바닥과 발목에 느껴지던 통증이 새삼스럽다. 하지만 순례가 거듭될수록, 고통의 순례 길은 점차 기다림과 희망의 순례 길이 되고 있다. 온천천을 따라 걷는 순례 길에서 묵주기도를 바친다. 순교자들의 시신을 메고 가면서 기도한다. 수영 강을 거슬러 오르며 자맥질하는 숭어 떼,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유채꽃, 벚꽃, 코스모스, 그리고 바람결에 향내를 실어 나르는 이름 모를 들꽃들을 바라보며 하느님께 찬미의 기도를 드린다. 순례 길을 걸으며 자신의 앞 가름하기도 모자라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내 삶을 되돌아본다. 어디 그뿐이랴.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웃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들의 이름으로 로사리오 장미꽃 다발을 성모님께 봉헌한다. 기도생활에 게으른 내가 자신이 아닌 가족들을 위하여, 가족 아닌 다른 이웃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지난 해 가을부터 이 순례의 길에 함께 하였다. 약 14 km의 이 순례 길은 걸을 때마다 항상, 기도 그 이상의 은총을 느낀다. 신부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함께 하는 교우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도보 성지 순례가 시작된 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함께 하는 시각 장애 형제님과의 동행은 정말 특별한 은혜이다.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분을 뵐 때마다 육신은 성하지만 신앙의 장애인인 내 모습이 부끄러워짐을 느낀다. 

대림주일 시작이다. 우리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우리 교구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며 두 손 모은다. 순례의 길을 함께 걷는 교우들을 위해 기도한다. 각자의 마음속에 깃든 저마다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고 기도한다. 묵주기도 한 단 한 단에 정성을 다 한다. 이 지상의 삶을 순례하는 우리들에게 기쁨과 행복은 물론, 고통과 시련까지도 허락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며, 우리에게 오실 주님을 기다려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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