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보고서

가톨릭부산 2015.11.02 15:25 조회 수 : 17

호수 2017호 2009.10.18 
글쓴이 이명순 막달레나 

올 추석은 금, 토, 일 3일이라 짧은 연휴에 한숨을 쉬었습니다. 짧은 연휴지만 풍성한 한가위에 우리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미사도 봉헌하고, 음식도 먹으면서 즐겁게 놀 계획을 세웠습니다. 해마다 추석에는 한국어 노래 자랑을 합니다. 뭐, TV에 나오는 것처럼 거창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나름 행사를 치른 지도 어언 3년이 되다보니, 점점 대회가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베트남어 미사 중에는 베트남 연인 두 쌍이 결혼식을 올렸고, 영어 미사 마치고는 한국어 노래 자랑을 열었습니다. 거기에 맛난 음식이 빠질 수 없지요.

사실 한국인 실무자와 봉사자로서는 명절 당일이나 명절이 포함된 주일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만, 어려워도 그 날을 행사 날로 지내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에 지쳐있는 이주노동자들도 다른 한국인들이 즐겁게 보낼 바로 그 때 명절연휴를 신나게 보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명절이라고 주일에 무료 진료나 한국어 교실은 안 해도 쉴 수 없는 활동이 상담입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할 수 없지요. 체류 만료일을 며칠이라도 넘기면 이유 불문하고 노동자 본인이 부담할 벌금이 10만 원입니다. 누가 아프고 다쳐도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될 땐 큰일입니다. 연휴 전날에는 결혼 이민 여성이 우리 센터에 왔는데, 주일에 오시라 약속하고 결혼 이민자를 지원해주시는 수녀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떨어져 지낸 가족이 만나는 명절에 가족으로부터 탈출해서 아이 걱정에 우는 이주 여성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다 휴일이라 어떻게 빨리 손쓰기도 어렵고 참 난감했습니다.

명절은 좋은 날입니다. 오래간만에 시간이나 물질적으로 여유롭게 보낼 수 있으니까요. 날씨도 맑고 모두 행복한 얼굴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도 문제를 안고 오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아무래도 제 삶이랑 비교가 되고, 사회에서 다수 일반인으로서 산다는 게 미처 알지 못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으로 살 수 있고, 명절에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며 노동력을 대가로 달마다 임금을 받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디론가 갈 수도 있고 말입니다.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잘 몰랐던 행복을 노동자를 만남으로써 알아가듯이, 노동사목에 오시는 분도 우리를 통해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많은 봉사자와 후원자의 도움으로 행사 잘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늘 관심과 도움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인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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