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14호 2016.12.25 
글쓴이 황철수 주교 

나의 어둠을 밝히는 빛, 예수님

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

   성탄 때가 되면 저는 어린 시절 듣던 신비로운 성탄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성탄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이미지들은 다음과 같은 단어들입니다 : 찬바람 부는 한겨울, 어둠에 싸인 적막한 밤, 성모님과 요셉 성인, 작은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 그 곁을 지키는 목동들, 어두운 밤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별들.
  저는 소년 시절 십리 길을 걸어서 성당에 다녔던 터라, 성탄 밤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겨울 밤하늘을 총총히 빛내는 별들을 보며, 예수님의 고향 아득한 하느님 나라를 그리워하였습니다.
  지금의 형형색색의 성탄장식 불빛들을 보며, 그 시절 별들만이 고요히 밤하늘을 밝히던 성탄 밤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것은 단순한 복고적 감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현대문명의 빛에 둘러싸인 우리의 현실이 밝은 것 같지만 구석구석 어두움이 많기에, 우리의 삶을 밝힐 빛이 더욱 그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 성탄에도‘우리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세상의 어떤 빛보다도 하느님께서 밝혀주시는 빛, 예수님을 각자의 마음속에 탄생시킨다면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밝아지겠습니까?
  성탄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나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고백하는 오늘의 말씀은 참으로 특별합니다. 그래서 빛은 보는 것이라는 우리의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깨닫는 것이라는 오늘 말씀이 유난히 여운을 남깁니다.
  예수님은 외적인 특별한 모습이나 위용으로 확인하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밝히는 분으로 깨달아야 하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세, 위용, 화려함의 측면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탄생이 감지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요?
  성탄 이야기의 구성이 다 그렇게 되어 있지요.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권력자도, 성서적 모든 지식을 겸비한 학자도, 오랜 종교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제사장도 감지하지 못한 그런 출발이라는 것을 성탄이야기는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밀주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를 오늘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혈통을 따지고, 외양을 따지고, 욕망을 좇아서는 결코 구세주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알아보는 일은 혈통의 우수성이라는 범주로서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굳이 표현한다면‘사랑의 우수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사랑의 방식으로 가까이 계시는데, 우리는 그 사랑에 둔감하여 자주 주님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선물하시는 성탄의 빛이 모든 교우님들의 마음을 밝혀주시어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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