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04호 2009.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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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 루시아 수녀 |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뽀락은 고속도로를 벗어나 한 시간쯤 산길로 올라가면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지는 맑은 공기가 가득한 산마을이다. 3∼40가구 단위로 부락을 형성하여 남의 밭을 경작하며 하루 품삯 5천 원 정도로 7∼8명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이들도 쌀이 주식이지만 감자나 고구마 또는 옥수수로 대신하며 쌀밥은 생일이나 명절에만 먹을 수 있기에 쌀이 생기면 천장에 매달아 둔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하면서 쌀과 설탕을 선물로 나눠주니 귀한 보물을 얻은 듯 가슴에 안으며 활짝 웃는 모습은 찡하도록 마음이 아팠다.
원주민들의 피부색은 햇볕에 그을린 검은색이고 키는 150cm 넘지 못하는 작은 키에 곱슬머리였다 그러나 맑은 눈망울을 가진 수줍음이 많은 선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14∼20세 결혼을 하기에는 이른 나이에 엄마 아빠가 되고 40만 넘으면 벌써 손자들이 있는 노인이 된다. 많은 아기들이 영양 부족으로 죽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그 날도 심장 질환을 앓고 있던 2살 아기가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지만 어떤 도움도 주지를 못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가정을 방문해보니 갈대나 대나무로 지어진 원두막 같은 방안에 가구는 찾아볼 수 없고 솥단지 하나와 그릇 몇 개 그리고 여름옷 몇 벌이 걸려있는 너무도 단순한 살림이었다. 물을 구하려면 1시간 정도 걸어가서 길어오기에 목욕은 비 오는 날이나 한다고 한다. 땟국이 쫄쫄 흐르는 맨발의 꼬마들이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기에 어떻게 놀아주나 하는데 한 아이가 줄넘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끼어 들어 "꼬마야 꼬아야 뒤를 돌아라!"라는 노래를 부르며 줄넘기를 시작하자 집안에 숨어있던 꼬마들까지 다 나와서는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신부님이 사목하고 있는 바따안이라는 곳인데 뽀락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우리가 외친 첫마디는 "와!~ 에덴동산 같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과는 달리 원주민들의 삶은 고달펐다. 산을 개척하여 삶을 터전을 만들기까지도 수많은 고생을 했겠지만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나무를 베다 팔아야 한다. 깊은 숲 속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힘들게 베어 오면 한 개에 30원 정도 하니 100개를 베어도 3,000원이다. 그것으로 어떻게 넉넉한 삶을 살겠는가? 꼬마들이 맨발로 사는 것이 안쓰러워 운동화를 가지고 갔는데 신부님께서 고개를 갸웃하시며 "신발을 벗고 나무에 올라가면 내려와서는 그냥 가요"하신다. 산길을 맨발로 다니는 것이 편한 꼬마들. 주님! 맨발이어도 좋으니 배고프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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