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고맙습니다

가톨릭부산 2015.11.02 11:44 조회 수 : 53

호수 2000호 2009.07.05 
글쓴이 김 루시아 수녀 

필리핀에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성당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은 나보따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롤롬보이에 있었다. 김대건 신부님이 마카오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내란이 일어나 이곳으로 피신을 오셔서 6개월 간 머문 곳이다. 성당 마당에는 몇 개의 망고나무가 있는데 한 나무 밑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돌 판에 적혀있다. 

‘망향의 망고나무' 성인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고향에 계신 부친(성 이냐시오 김제준)께로부터 보내온 편지를 읽으면서 바로 이 망고나무 아래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셨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성 도니꼬 수도회-

당시 망고나무는 죽어가고 있었는데 신부님이 다녀가신 후에 살아나기 시작하여 거목이 되고 많은 열매를 맺고 있어 '눈물의 망고나무' 라고 하는 아름다운 사연도 곁들여있다. 멀고먼 마카오를 몇 달 동안 걸어가셔서는 온갖 고생 끝에 신부님이 되셨는데 1년 만에 순교하셨다 생각하니 너무도 마음이 아파 돌 판의 글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필리핀에서 선교 수녀로 생활한지 3년! 많은 분들이 다녀가며 배고픈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심이 너무도 고마웠는데 어느 신부님이 몇 천 명의 신자들 가슴속에 고마움과 희망을 담아주셨다. 비가 오면 성당에 물이 차서 신부님은 장화를 신고 신자들은 발 담그고 미사를 드려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마음 아파하시며 성당을 둘러보시고는 한국으로 가셨는데 1년이 지난 어느 날 사목위원 몇 분과 다시 오셔서는 도움의 방법으로 나보따스 신부님을 본당으로 초청하셨다. 강론할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큰 배려였는데 한 달 동안이나 말씀과 영상을 통해 나보따스가 어떤 곳인지 우리가 왜 그들을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홍보함으로서 전 신자들이 스스로 도울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 주셨다. 주일 미사 후 큰 도움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나보따스 신자들은 환호성을 외치며 주님께는 찬미를 그리고 한국 신자들에게는 감사를 드리며 한없이 기뻐했다. 

사제이셨기에 주님의 집을 걱정하셨고 목자이셨기에 가난한 양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가 없어 이웃 나라 신부님을 초청하신 신부님의 모습에서 그리고 주님의 집을 완성하려는 마음에서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언어도 통하는 않는 낯선 한국으로 길 떠나시던 사제의 뒷모습에서 나는 주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망고나무 아래서 눈물을 흘리시던 첫 사제의 뒤를 이어 얼마나 많은 사제들이 세상 곳곳에서 양들을 돌보며 복음의 꽃을 피워주고 있는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억하는 오늘! 사제들의 삶이 더욱 성스럽고 존경스럽다. 주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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