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니?

가톨릭부산 2015.11.02 11:43 조회 수 : 19

호수 1998호 2009.06.21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막내딸의 장래희망은 수녀님이다. 이제 초등학생이니까 희망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 수녀님은 돈 많이 벌어?”라거나 “수녀님 되면 새벽 몇시에 일어나야해?”라는 질문으로 아내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수녀님이라는 희망을 두고 현실적인 문제까지 나름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성소가 있는 것 인지, 아니면 친절한 본당 수녀님이 좋아서 생긴 희망인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막내딸의 진짜 희망은 무엇이 될지, 또 난 막내딸의 희망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지 고민도 하게 된다. 

문제는 아이가 꿈을 꾸는 현실이 만만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영어, 수학을 못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뒤처진 아이가 될 수밖에 없는 교육현실은 아이들의 꿈을 점점 작게 만든다.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 중에는 수학경시 대회나 영어학원의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게 가장 큰 희망인 아이들이 많다. 돈 많은 주부가 되거나 결혼 잘해서 편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의 공부법을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교육받는 아이들. 몸과 마음이 자랄 시기에 잠 잘 시간조차 부족한 아이들. 무한경쟁에 내몰려 꿈꾸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쟁의 어두운 그림자는 성당주변에도 있다. 교적에 등록된 학생 가운데 주일학교에 나오는 초등학생은 34%, 중-고등학생은 11%에 불과하다. 학원과 학교를 오가느라 성당과 멀어진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내신과 경시대회 준비가 급해 신앙교육은 잠시 미뤄두거나 주일학교가 학업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는 듯하다. 물론 공부는 때가 있고 학업 성적도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를 입시에만 매달려 하느님과의 약속을 쉽게 어기는 건 위험하다. 오히려 획일적인 교육에 지친 아이들이 주일만이라도 예수님과 친구하며 올바른 인생의 방향과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성당도 준비가 필요하다. 주입식 교리공부는 이미 수많은 대중매체를 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외면 받기 십상이다. 눈높이 교육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신앙 교육 방법도 마련돼야 한다. 또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미래를 개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에 내몰려 상처받은 아이들이 주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빈자리가 느는 주일학교 교실을 교회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꿈을 잃어가는 미래세대에게 주님의 희망을 전하는 일은 교회공동체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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