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 아저씨!

가톨릭부산 2015.11.02 11:41 조회 수 : 161

호수 1996호 2009.06.07 
글쓴이 김 루시아 수녀 

삼손 아저씨!

필리핀에서 선교를 하려면 적어도 2개의 언어를 배워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부자들은 대부분 영어를 쓰고 가난한 이들은 다갈록을 쓰기 때문이다. 앞마당 공사를 할 때 한 아저씨가 힘든 일을 도맡아하기에 삼손이라고 별칭을 붙여주고 선물을 하나 주려고 서툰 언어로 대화하며 알아낸 정보는 결혼을 했고 5세 7세의 어린이가 있기에 티셔츠 2개 주며 애들에게 갖다 주라고 하니 왜 주냐는 듯이 바라본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삼손이는 결혼을 안 해서 애들이 없어요." 한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너무도 황당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 아니기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삼손아저씨가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인가 물으니 못에 찔린 발이 붓고 감기가 심해서 못 온다고 하기에 걱정스런 마음에 방문하려고 나서는데 절뚝거리며 들어왔다.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이처럼 뜨겁고 발은 뚱뚱 부어 있는데 "늦어서 미안해요." 하며 일을 하려고 삽을든다. "오늘은 일을 안 해도 일당을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간호수녀님께 치료 잘 받고 집에 가서 쉬세요." 하니 고마운 듯 겸연쩍게 웃으며 치료받고는 돌아갔다. 

이곳 사람들은 몸이 아프고 배가 고파도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기에 그냥 참는다. 방문을 하다보면 많은 어린이들이 땀띠를 긁어서 피부병 환자가 되어 있고 다리는 영양부족으로 뒤틀려 있는가 하면 노인들은 기관지염이나 결핵으로 기침을 심하게 한다. 또 하나 더욱 안쓰러운 것은 치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다. 이 모든 상황들을 제대로 도울 수가 없어 가끔은 가여운 생각을 넘어 화가 나고 준비도 없이 아기를 낳는 어른들이 답답하다. 

다음 날 삼손아저씨가 일하러 왔기에 상태를 살며보니 열도 내리고 발의 붓기도 빠졌지만 일하기는 힘들 것 같아 하루 더 쉬라고 하니 씩 웃으며 말없이 땅을 파기 시작한다. 이들은 약의 면역이 적어 쉽게 치료가 되고 상처도 빨리 아물지만 약을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기에 스스로 치유되고 상처가 아물 때 까지 기다린다. 

몇 달전에 성모병원 의료진들이 다녀가면서 남겨준 약이 있어 치료를 시작하자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환자들이 찾아와 간호수녀님이 바쁘게 지낸다. 가끔은 수술을 요하거나 장기치료를 받아야하는 환자가 찾아오면 우리의 힘으로는 도울 수가 없어 돌려보내며 마음 아파한다. 삼손아저씨는 치료받은 것이 고마운지 길에서 만나면 "마드레!" 하며 활짝 웃는다. 나는 이 웃음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선교사의 기쁨을 느끼며 주님께 기도를 드린다.
주님! 가여운 이들을 위해 봉사해줄 의사 선생님과 약이 필요한 나보따스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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