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가톨릭부산 2015.11.02 11:35 조회 수 : 6

호수 1993호 2009.05.17 
글쓴이 김양희 레지나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날 게세마니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간절히 기도하셨다.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하여 이 몸을 아버지께 바치는 것은 이 사람들도 참으로 아버지께 자기 몸을 바치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9) 성금요일, 무덤 제대 앞에서 봉독하는 제자들을 위한 기도를 새길 때마다 숙연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목숨을 담보로 한 사랑, 믿음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박해 시대 순교자들은 형틀과 고문에 시달리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싸우며 주님을 증거하고 죽어갔다. “그냥 있어도 아픈 상처가 감방이 너무 비좁아 움직일 때마다 서로 부딪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면 움직이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또 온 몸에 상처가 나지 않는 곳이 없는데 그 상처마다 온갖 벌레들이 덤벼 옵니다. 상처가 썩어 들어가는 것도 고통이지만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굶주림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내 피고름으로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멍석 자락을 뜯어 씹으면서 이 배고픔 때문에 주님을 배반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순교자들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우리들의 안일한 신앙심을 뉘우치게 된다. 오늘날의 신앙 생활은 배고픔도 순교도 요구하지 않는다. 목숨은커녕 본당을 두고도 한 발이라도 가까운 성당을 찾고, 희생과 애긍마저 하는 사람들의 것이려니 여기기도 한다. 겸손과 이해, 양보와 애덕을 실천하는 것이 오늘날의 백색순교이건만 우리 사회는 사랑과 감사마저 메말라버렸기에 주님께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통하여 우리를 깨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영적인 몸을 입기에 시간과 공간에 제한 받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엠마오의 예수님이나, 제자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때 "너희에게 평화를!"하며 들어오신 예수님의 모습이 그것이다. 끊임없는 기도 생활로 영적인 눈을 뜨게 될 때만이 물질과 정신의 한계를 제한 없이 넘나드는 예수님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토마스의 고백을 들은 예수님은 "보지 않고도 믿는 이는 행복하다"고 하셨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실 것이다. 어렵고 힘든 세태라지만 세상을 이기는 것은 바로 믿음이기 때문이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17호 2024. 6. 16  정화된 영혼을 얻으며 류선희 크리스티나 
2816호 2024. 6. 9  작은 노력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우세민 윤일 요한 
2815호 2024. 6. 2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박서현 로사리아 
2814호 2024. 5. 26  하느님 사랑의 환대와 시노드적인 경청 이원용 신부 
2813호 2024. 5. 19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영훈 신부 
2811호 2024. 5. 5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허수진 라파엘라 
2810호 2024. 4. 28  나를 찾아오신 때 최옥 마르타 
2809호 2024. 4. 21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1차 성소 주일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808호 2024. 4. 14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창식 프란치스코 
2807호 2024. 4. 7  나의 행복 리스트 한미현 에스텔 
2806호 2024. 3. 31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탁은수 베드로 
2804호 2024. 3. 17  뿌리 찾기와 순교자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03호 2024. 3. 10  참 삶의 길 윤경일 아오스딩 
2802호 2024. 3. 3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유효정 마리스텔라 
2801호 2024. 2. 25  일상 속 작은 실천 김도아 프란체스카 
2799호 2024. 2. 11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손주희 레지나 
2798호 2024. 2. 10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자! 원성현 스테파노 
2796호 2024. 1. 28.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조수선 안나 
2795호 2024. 1. 21  연중의 삶 속에서 강은희 헬레나 
2794호 2024. 1. 14  새 사제 모토 및 감사인사 file 가톨릭부산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