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루봉(만남) 미사

가톨릭부산 2015.11.02 11:27 조회 수 : 31

호수 1988호 2009.04.12 
글쓴이 김 루시아 수녀 

나보따스놀이터.JPG

 

둥둥둥…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나보따스에 울려 퍼지고 있다. 부활대축일미사가 밤 12시경에 끝나고 잠깐 잠이 들었는데 살루봉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깨어나니 새벽 3시다. 살루봉 미사는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과 성모님의 만남으로 부활 첫 새벽에 봉헌된다. 마당 중앙에는 꽃으로 장식한 대형 아치와 제단이 준비되어 있고 멀리 떨어진 공소에서 온갖 꽃으로 장식한 수레에 예수님과 성모님을 모시고 시내를 통과하여 성당으로 오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뒤따르고 북소리에 깨어난 사람들은 길가로 나와 손을 흔들며 두 분을 환호한다.

신부님께서 "살루봉 미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니 수녀원에서 내려오지 말고 베란다에서 참석하세요." 하기에 이른 새벽에 얼마나 모이기에 그럴까 했는데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그 넓은 마당을 꽉 메우는 것을 보며 너무도 신기했다. 점점 모여드는 사람들과 가까이 들리는 북소리에 조금씩 마음의 설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성모님과 예수님을 태운 꽃수레가 보이고 웅성이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 시작하자 어느새 그들과 하나 되어 알렐루야를 노래하며 환호하고 있었다. 아름답게 장식한 아치 밑에서 두 분이 만나셨을 때는 우상 숭배라고 느껴지던 감정은 없어지고 가득히 고인 눈물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돌아서니 옆에 있던 수녀님도 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부활의 기쁨을 누구보다도 먼저 두 분이 나누셨을 거라는 필리핀 사람들의 믿음이 살루봉 미사를 시작했고 하나의 전례가 되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언제 두 분이 만나셨을까?" 성서를 묵상하며 다시 읽었다.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고"(요한20,1) 달려온 제자들은 빈 무덤을 보고서 믿었지만(요한 20, 9) 십자가 곁에서(요한 19, 25) 아드님의 죽음을 지켜보신 성모님은 모든 것을 마음에 간직하는(루카 2, 51) 삶을 사셨기에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마르코 9, 31)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으셨고 이른 아침이 아닌 긴 밤을 지새우며 무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시다 부활하신 아드님을 누구보다도 먼저 만나신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막달레나가 무덤에 갔을 때는 이미 무덤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주님!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배고파서 문 두드릴 때 부활의 기쁨을 어떻게 나누어야 되나요? 한 끼 식사를 대접하거나 천 원 한 장을 손에 쥐어주고 보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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