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신은 신부님

가톨릭부산 2015.11.02 11:06 조회 수 : 49

호수 1984호 2009.03.15 
글쓴이 김 루시아 수녀 

장사하는 집이 되어버린 성전 정화를 위해 양과 소와 함께 상인들을 성전에서 내쫒으신(요한1, 15) 예수님께서 나보따스 성당에 오시면 어떻게 하실까? 주일날이면 환전꾼들은 없지만 풍선, 아스크림, 꽃. 팝콘, 성물장수 등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는데 뒷정리가 제대로 안되어 미사가 끝나면 온갖 쓰레기가 가득하고 개나 고양이는 자기 집인 듯 마음대로 드나들며 아무데서나 잠을 잔다. 이 모든 것이 불경스럽게 느껴져 신부님께 말씀드리니 주일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에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라고 하시며 웃으실 뿐이다.

나보따스 성당은 4년 전에 태풍이 지나가면서 낡아있던 지붕을 날려버려 보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새로 짓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지붕 일부만 완공되어 하늘을 바라보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그래서 큰 비가 내리면 성당은 수영장이 되고 그런 날은 신부님이 장화를 신고 미사를 드리신다. 장화신은 신부님을 처음 본 것은 밤사이에 폭우가 내리던 날로 미사를 가려고 집을 나서니 온 천지가 물인 듯 마당은 강이 되어 있고 성당은 발목까지 올라와 미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데 신부님이 장화를 신고 입장하셨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이곳에서 살려면 장화가 필수품이라며 제의를 걷어 올리고 장화를 보여주셔서 한바탕 웃고 미사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동네는 성당뿐만 아니라 모든 집들이 비가 오면 물이 차고 비가 그치면 물을 퍼내는 일이 삶의 일부인 듯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집안의 물을 퍼내기 위해서 많은 학생들이 결석하는 것을 보고 집을 고칠 것이지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정방문을 하면서 나의 판단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부끄러웠다. 집을 고치고 싶어도 고칠 경제적 능력이 없기에 불편함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였다. 그러기에 젖어있는 장궤틀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도 고쳐달라는 건의를 하지 않는 것은 성당도 자기들처럼 고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비록 비가 오면 수영장이 되고 하늘이 보이는 성당이지만 주일이면 수천 명의 신자들이 미사참례를 하고 몇 백 쌍의 무료결혼식과 유아세례와 장례미사가 있고 구역 안에 있는 모든 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 외 많은 모임이 이루지는 전례와 예식의 장소이기에 나보따스 성당은 없어서는 안 될 주님의 집이고 모든 이들의 집이다.

주님! 예쁜 성당이 아니어도 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이라도 완공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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