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수녀님의 기도

가톨릭부산 2015.11.02 11:02 조회 수 : 79

호수 1980호 2009.02.15 
글쓴이 김루시아 수녀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되던 날이나 취임식을 하던 날 환희의 춤을 추는 케냐 사람들의 모습이 TV에 비춰졌을 때 그 옛날 이스라엘에서 만났던 수녀님이 생각나며 저 사람들 어딘가에서 주님께 감사 드리며 춤을 추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케냐 수녀님을 만나 것은 25년 전 수녀들 16명이 한 그룹이 되어 이스라엘에서 단기 코스로 성경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밤 늦은 시간에 조배 드리려 성당에 들어가니 케냐 수녀님이 제대 앞에 십자형으로 엎드려 눈물의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얼마나 절실하기에 저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드릴까 하며 방해가 될 것 같아 조용히 나왔는데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같은 시간에 그렇게 기도 드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많이 궁금하면서도 선뜻 묻지를 못하다가 식탁에 마주앉게 되어 조심스럽게 물으니 눈물을 글썽이며 3년 동안이나 케냐에 비가 내리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어 하느님께 비를 내려 달라고 기도 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지금까지 마른 적이 없는 우물 하나가 수녀원에 있어 가뭄이 시작되면서 모든 주민들이 그 샘물로 살아오고 있는데 그 우물도 말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녀들 모두가 기도 드렸던 기억이 났다.

주님을 만난 나병환자가 치유의 도움을 청했을 때 주님께서는 연민의 마음으로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2, 41) 라는 한 말씀으로 즉시 치유해주신 기도의 응답도 있지만 우리의 기도가 꽃피우고 열매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케냐 수녀님이 드린 눈물의 기도가 비가 되고 생명을 싹틔워 온 세상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거라면, 가난하면서도 나눌 것이 있으면 이웃과 나누고 부모를 잃은 친척아이들을 기꺼이 입양하여 고아원으로 보내지 않는 착한 나보따스 사람들이 드리는 감사와 청원의 기도도 언젠가는 꽃피고 열매를 맺지 않을까? 

필리핀에서 사는 선교사의 삶이 힘겹다고 느낄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 왠지 마음이 따듯해지며 주님이 가까이 계신 것 같아 기도할 수 있었고 가난의 삶을 사랑할 수 있었기에 나라와 이웃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던 케냐수녀님의 모습이 아름다움으로 기억되어 내 마음 안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 같다. 주님! 오마바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케냐 사람들이 다시 한번 춤추는 날이 되고 나보따스의 가난한 이들의 드리는 기도가 기적의 꽃을 피워 배고프지 않고 비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 튼튼한 집에서 살 수 있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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