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선물

가톨릭부산 2015.11.02 10:59 조회 수 : 68

호수 1976호 2009.01.18 
글쓴이 김 루시아 수녀 

나보따스를 선교지로 결정하고 어린이집을 지을 때 동네가 가난하기에 공간만 있는 가건물을 지으려 했는데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고 어쩌면 일생에 한번 살아보는 어린이집이 될 수도 있으니 예쁘게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신부님의 의견을 받아드려 예쁜 집을 지어 성모님께 봉헌 하니 동네의 자랑이 되었다. 비난받는 집이 될까 걱정했는데 깨끗하고 예쁜 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며 부모님들이 더 고마워했다. 한국에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몇 그루의 나무와 꽃들이 심겨져 있는 이층집이지만 이들에게는 특별한 집이였다. 

앞마당에는 어린들이 늘 뛰어놀기에 항상 시끄러운데 그날은 뒤뜰에서 유난히 웃음소리가 크게 나서 나가보니 언니 동생인 듯싶은 7명의 어린이들이 쌀 포대자리를 깔고 계란 프라이 한 개에 밥 한통을 놓고 깔깔거리며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엾기보다는 재미있기에 함께하며 몇가지 질문을 하니 옆 동네에서 사는데 우리 집이 예뻐서 동생들을 데리고 소풍을 왔다는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음료와 간식을 보태주니 너무도 기뻐하며 쫄 신을 벗어던지고 앞뒤로 뛰어다니며 놀다가 또 와도 되냐며 돌아갔다. 

우리 동네는 어린이들은 많은데 놀이터가 없어서 쓰레기가 쌓여있는 공터나 질척이는 골목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놀고 있다. 그 모습이 가여워서 놀이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소풍 온 친구들을 보니 더욱더 놀이터 생각이 났지만 너무 버거웠다. 그러든 어느 날 젊은 동호회원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고 동네를 돌아본 뒤 뭔가 해주고 싶어 하기에 놀이터 이야기를 하니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일을 추진하여 회원들의 공감을 얻기까지 몇 개월이 지났다. "꿈은 이루어진다" 하더니 어린이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동호회원들을 통해 새해선물로 놀이터를 마련해 주시니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요! 

마당에 산처럼 쌓여있는 쓰레기 흙을 치우는 일도 어려웠지만 놀이터가 생긴다는 기쁨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젊은이들의 배려가 자랑스럽고 고마워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도하고 있다. 한국의 놀이터처럼 예쁜 복합놀이기구를 만들 수는 없지만 미끄럼틀, 그네, 시소가 있고 몇 구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최고의 놀이공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오랫동안 그 많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어린이를 축복해주시는 주님! 새해선물로 놀이터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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