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3호 2016.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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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진 요한 |
연도는 무형문화재다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아이고 아이고…”“엄마∼” “엄마∼”얼마전 J시 시립화장장에서 후배 어머니의 시신을 화장하는 동안 연도를 바치고 있었다. 바로 옆 화장로 유족들이 갑자기 울부짖는 바람에 우리 신자들은 깜짝 놀랐다.
옆 유족들의 상조회사 직원은 “화장로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하면 상주가‘어머니 불 들어갑니다.’라고 아뢰고, 유족들은 큰소리로 곡을 해라.”고 안내한다. 그래야만 고인의 혼이 타지 않고 저승으로 잘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더 큰소리로 1시간쯤 걸리는 연도를 정성껏 바쳤다. 옆 화장로에서는 울부짖고 있었다. 옆 유족들과 비교하니 천주교의 상장예식이 그렇게 돋보일 수 없었다.
연도는 한국에 천주교가 전래한 이래 200여 년 동안 구전으로 전해 온 장례노래다.
고인이 지은 죄의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시편’을 시작으로‘성인호칭 기도’로 들어간다. 성인을 공손하게 부른 뒤“연령을 위해 빌어주소서”후렴 부분에서는 가볍게 꺾으면서 넘어가니 재미도 있다.‘찬미와 간구’에서는 연령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에 들게 해달라고 간구한다. 얼마나 좋은가.
연도는 남도소리와 메나리조가 합쳐진 장단이다. 40∼50대 남·여들이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음으로 이뤄져 있다. 전문 음악가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신앙 선조들이 시편 같은 성경 구절에다 상엿소리와 비슷한 곡을 부친 것이다.
이런 역사로 우리의 연도가 언젠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될 거라 믿는다.
무엇보다 연도는 죽음 자체가 끝이 아니라 새 삶으로 옮아가는 과정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니 한과 처량함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부르면 된다.
이렇게 값진 연도가 이어지게 하려면 자녀들에게도 연도를 가르쳐야 한다. 연도는 곡이 쉬워서 조금만 연습하면 된다. 내년 설 차례 때는 차례상을 차리지 않고 온 가족이 모여 긴 연도를 바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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