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529호 2019.02.10 |
|---|---|
| 글쓴이 | 이정윤 소화데레사 |
백억 짜리 동전
이정윤 소화데레사 / 하늘공원
제가 매일 출근하는 곳은 천주교 공원묘원 하늘공원입니다.
가끔 신부님들이 이곳을 가장 말없는 신자들이 모인 본당(?)이라 농담도 하시는데, 아마도 부산교구에서 가장 많은 신자, 성직자, 수도자를 모시고 있는 본당(?)인 줄은 모르실 겁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이곳에는 가슴 깊은 곳을 잔잔히 울리는 사연들이 많습니다.
봄, 어느 청년의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고등학생일 때, 이곳에 어머니를 모셨는데, 학교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첫 월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들은 첫 월급인 만큼 어머니께 특별한 것을 선물하고 싶어 하였습니다. 지금 청년의 어머니는 성모상이 부착된 예쁜 유해함에 모셔져 있습니다.
제 책상에는 백 원짜리 동전 하나가 붙어 있습니다. 아기천사가 된 동생 미카엘을 지켜주는 고마운 이모라며 유치원생 형이 주머니를 털어 건네준 백억짜리 동전입니다. 간혹, 피곤함에 묻혀 힘 빠지고 느려진 제 목소리와 손발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에너지원입니다.
몇 해 전, 한 어르신께서 어린이날 오후에 타지에 있는 자녀, 손주들과 함께 상담을 올 예정이시라며 전화로 근무시간 문의를 하셨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가 있어, 시간을 지켜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날 어르신과 자제분들, 휴가 나온 군인 손주까지 다행히 시각에 맞추어 와주셨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배웅을 하는데, 어르신께서 “시간을 많이 끌었네요, 아이가 기다릴텐데 퇴근이 늦어져 미안해요.”하시며 정중히 인사를 하셨습니다. 한 달 뒤, 저는 어르신을 영정사진으로 다시 뵈었습니다. 그날 이후, 제가 만나고, 통화하는 분들과의 이 순간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친절히, 한 번 더 제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다짐을 되뇌곤 합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시간이 지나야만 알아듣게 되는 그분의 부르심을 받기도 합니다. 부르심으로 하늘공원에 모시게 되고, 부르심으로 이곳에 오게 된 저는 오늘도 많은 분들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슬픔과 아픔으로 시작한 만남이지만, 지금은 미소로 인사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하늘공원으로 저를 부르시어, 이곳에서의 만남을 마련하여 주신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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