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16. 12. 6. 대림 제1주간 화요일(대리구미사)

① 이사 11,1-10 ㉥ 루카 10,21-24.

 

세 번째 행복: 온유함

 

   지난번에 우리는 진복8단의 두 번째 행복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묵상하였습니다. 이 복음적인 슬픔은 우울함이나 아픈 마음을 가리키지도 않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 자체를 가리키지도 않습니다. 이 복음적인 슬픔은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이 하느님의 뜻대로 움직이고 않고,, 온갖 불의와 불평등 그리고 죄악 속에 살면서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인 상황을 슬퍼하면서도,, 예수님을 통하여 완전한 정의와 평등함, 온갖 비극을 종식시켜줄 부활의 희망으로 지금부터 기뻐할 줄 아는 것입니다.

 

   오늘은 3번째 행복 온유함입니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주님의 기도의 두 번째 청원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이 이땅에 가져오신 하느님의 통치입니다. 하느님의 다스림을 받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의 대헌장인 8가지 참된 행복의 길을 따라 살아야 함을 묵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8가지 참된 행복의 근간은 바로 첫 번째 행복인 복음적인 가난입니다.

   오늘 묵상하는 이 온유함은 특히 이 마음의 가난과 연관됩니다. 온유함은, 폭력을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폭력을 쓰지 않는 것은 어떤 힘도 쓰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힘없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힘을 믿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그 전능하신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심을 믿기 때문에,, 자신의 폭력이나 분노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힘이 있든 없든, 능력이 있든 없든, 폭력이 아니라, 복음적인 온유함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마치 복음적 가난이 구약성경에서는 아나빔을 뜻하지만,, 이제는 주님과 복음을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가난인 것과 같습니다.

   이 온유함의 모델이 주님이십니다. 주님께서 온유하기 때문입니다. 마태11,29에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라고 하시는 주님은 온유함의 모범이십니다.

   온유하시고 겸손하신 주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복음적인 온유함을 묵상합니다. 이 온유한 사람들이 땅을 차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힘있는 사람이,, 힘있는 나라가 무기가 좋고, 군인이 많아야 땅을 차지 합니다. 개인도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야 땅을 많이 차지합니다. 또한 물불을 안 가리고 부동산투자를 잘 해야 땅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힘없는 사람이 어떻게 땅을 차지 합니까?

 

   복음에서 땅을 차지한다는 뜻은 구약에서는 약속의 땅을 가리킵니다. 신약에서는 천국을 가리킵니다. 구약에서 약속의 땅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과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을 잘 지킬 때, 차지할 수 있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축복입니다. 그러니까 그 땅은 무기의 힘으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생명을 뜻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의 땅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나라 천국을 땅이라고 합니다. 이 하느님의 나라는 폭력이나 더욱이 우리 인간의 힘만으로는 차지할 수 없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자연적인 인간의 노력으로 초자연적이고 영원한 나라를 우리가 차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나라는 하느님이 주시는 자비의 선물입니다.

 

   여기에서 온유함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온유함은 하느님이 다 해결해 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모든 것을 선으로, 사랑으로, 해 주심을 믿고 이 부조리한 고통에 인내하는 것입니다. 로마8,28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라는 말씀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울화를 참으면서까지 억지로 참는 것이기 보다는 자기에게 부당하게 고통을 주는 사람에게까지 원수갚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잘 해주면서 참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그 보복과 원수같은 것까지도 다 맡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온유함입니다.

 

   왜 이렇게 온유한 사람들이 천국을 차지합니까? 그것은 온유함이 있어야 생명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키우는 사람이 성질낸다고 꽃을 키우지 못합니다. 자식도 참고 온유함이 있어야,, 교육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사랑도 힘이 아니라, 온유함으로 자라는 것입니다. 이 온유함을 로마12,19이 잘 설명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경에서도 《복수는 내가 할 일, 내가 보복하리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그대의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마실 것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대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셈입니다.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이 말씀대로 온유함은 자기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끼치는 사람에게도 잘 해줍니다. 남을 판단하거나 험담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정의롭게, 사랑으로 판단해 주실 것으로 믿고 맡깁니다. 이제 우리가 가정에서, 본당에서,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드러납니다. 폭력은 꼭 물리적인 폭력 뿐 아니라, 윤리적인 폭력(왕따), 언어의 폭력이 더 무섭습니다.

 

   온유함의 모범이신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온유함의 극치입니다. 그 원수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면서, 하느님이 용서해 주시길 청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주님의 모습을 본받아 폭력에 기대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의 힘에 기대면서, 형제들에게 겸손과 온유함으로 참고 인내하면서, 끊임없이 그들을 위해 헌신하고 기도해 준다면, 우리도 겸손하고 온유하신 주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당신을 닮은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천국을 주시는 것입니다. 이 은총이 오늘 우리에게 가득히 내리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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